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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끄럽고 죄송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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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 죄송한 일
 
-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어느날 칠순의 노인이 전주 예수병원 2층의 병원장실을 노크했습니다. 그리고는 병원장에게 “너무 늦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불쑥 꺼내놓습니다. 그리고는 41년 전(1969년) 선친과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장실을 찾은 사람은 전북 김제시 황산면에서 농사짓는 양치곤(70)씨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1940년 집안이 기울자 김제시 금산면 모악산 자락의 금광을 찾아가 막일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노동에 익숙지 않아 이틀 만에 갱도 안 사다리에서 추락하면서 얼굴이 찢기는 등 상처를 입고 예수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치료비를 낼 처지가 못 되었습니다. 집안은 끼니 잇기조차 어려웠고 사업주가 사고를 책임지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고민하다가 늦은 밤에 용서를 구한다는 쪽지를 남기고 입원복 차림으로 병실을 빠져나와 수 십리 길을 도주했습니다.

그리고 29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아버지는 운명하기 전에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아들은 대신 꼭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양씨는 선친과의 약속을 평생 잊을 수 없었습니다. 빚을 알거나 독촉하는 이는 없었지만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면 잠을 깨 빚을 걱정했습니다. 네 자녀를 기르는 일만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올해 막내아들 결혼까지 끝내고서야 빚 갚기에 나섰습니다.

빚을 갚은 그는 “1000만원이라도 1억 원이라도 내야 옳겠지만 이만큼이라도 갚으니 홀가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씨는 예수병원을 나오며 70년 전의 의료비 영수증을 받아 들고는 바로 아버지 산소를 찾아가 엎드려 영수증을 바쳤습니다.

예수병원 김 원장은 “당시에도 환자 주소를 적어놨겠지만 어려운 형편을 살펴서 그냥 두었을 것”이라며 “아버지에서 아들에 걸친 양심이 병원 사람 모두를 숙연케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은 그 돈을 어려운 환자를 돕는 데 쓰겠다면서 양씨 부부를 위해 무료 건강검진권 2장을 선물했습니다. 양씨는 자신의 행위를 “너무 늦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행위는 우리에게 오히려 큰 감동을 줍니다.

아무도 갚을 것을 강요하지도 알려주지도 않는 아버지의 빚을 갚으려 그는 먹을 것, 입을 것 아껴야 했을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위해 그리고 은혜를 베푼 이에 대한 보답의 심정으로 빚을 갚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끄럽고 죄송한 사람은 그가 아니라 감사와 은혜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기록된 바 보라 내가 걸림돌과 거치는 바위를 시온에 두노니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함과 같으니라[롬 9:33]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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