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을

가을 
 
- 용혜원 시인 (유머자신감연구원장)
 

귀뚜라미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초록이 조금씩 사라지면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가고 또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가을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여행을 떠나고 싶고, 책을 읽고 싶고, 친구를 만나고 싶고, 그리움으로 시퍼렇게 멍든 하늘도 보고 싶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싶고,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가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가을은 살아있는 생명들이 온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놓는 계절이다. 가을에 호수공원을 걷다가 단풍든 나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가을 나무들이 시인의 마음에 시 한 편을 남겨 놓았다. 

제목 ‘가을 나무’- “가을 나무들이, 고독에 젖어, 독한 술을 마셨나 보다. 뻘겋게 취하고, 노랗게 질려, 모두 다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가을의 저녁노을이 붉게 농익어 숨이 멋 듯이 지는 걸 보고 있다가 그만 발길을 멈추고 서서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저 뜨거운 불덩어리, 홀로 가슴으로만 안고, 있을 수 없으니, 드디어 지고야 마는구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모든 색깔이 총동원되어 온 세상을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놓는다. 가을에는 시선이 머무는 곳, 발 길이 머무는 곳들이 모두다 박수를 치고 싶도록 아름답다. 곱게 단풍든 숲 속으로 아무런 말없이 걸어가자. 가을이 들려줄 말이 많을 것이다. 

가을을 만들기 위하여 모든 색깔이 총동원된다. 가장 아름다운 색감을 느낄 수 있는 축제의 계절이 가을이다. 가을에 숲길로 걸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을 숲길에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너무나 좋아한다.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을은 참 매력적인 계절이다. 올 가을을 그냥 보내지 말고 가을이 떠나기 전까지 마음껏 느끼며 살자. 이 가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 이 가을에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자.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만나고 지냈던 사람도 만나고, 시 한 편 쓰고 싶었다면 시도 한 편 쓰고 훌쩍 가방 하나 덜렁 메고 열차를 타고 여행도 떠나 산과 바다를 보러가자.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 풍성하게 열매 맺는 색색의 과일처럼 마음이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일 년 중 가을에 시가 가장 많이 쓰여진다. 시 제목 ‘가을을 파는 꽃집’-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느껴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