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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술문화와 청교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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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문화와 청교도문화

- 이상용(MBC 심의위원)


담배 피지 않는 사람들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걸 싫어한다. 아침 출근 길에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얼굴에 덮칠 때 여간 역겹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야밤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무척 늘어난 것 같다. 나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인근 산에 등산을 가는데, 아침 6시경인데도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서너 명씩의 남자들이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또는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편에 있는 가게에서 아침 7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막걸리를 먹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오전 8시 넘어서 밤새 술을 마신 젊은 남녀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택시를 잡는 풍경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런 얘기도 들은 적 있다.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마드리드에서 대학을 다니던 교포 여학생이 있었다. 이 여학생은 고국의 문화도 배우고 한국 친구들도 사귈 겸 해서 서울 모 대학 국제학부 3학년으로 편입했다고 한다. 여학생은 한국에서 1년 대학생활을 하고는 학생들이 학기 내내 술 먹는 것에 너무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여학생은 이러다간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를 그만두고 영국 대학으로 옮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여학생은 한국 대학생들은 그렇게 술 먹고 언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다는 것이다.

한국은 술에 대해선 매우 관대한 사회이다. 아니 관대하다 못해 술 안 먹는 사람을 가만 두지 않는 후진적 문화를 갖고 있다. 직장에서는 술 안 먹고 술자리를 피하면 노골적으로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술을 마시지만 우리처럼 술을 강요하거나 술 안 먹는 사람을 왕따 시키지는 않는다. 이는 청교도 문화의 전통이 살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구의 기독교가 많이 쇠퇴했다고 하지만 음주에 대해 최소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술 많이 먹는 나라는 틀림없이 후진국들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과도한 음주를 내면적으로 징벌하는 문화가 없다. 오히려 술을 많이 먹는 걸 부추기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회사 동료 가운데 장로 한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은 대학생 시절에 선배의 인도로 교회에 다닌 이후로 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나와 같은 부서에서 한때 상사와 부하로도 잠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술을 정말 입에 대지 않았다. 

며칠 전 오랫만에 만나 우연히 술문화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그동안 술을 강요받았던 고초를 토로하였다. 그는 흔히 술과 관련해 몸에 나쁘다는 것만 강조하는데 정신적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술을 먹지 않고 술을 이겨냄으로써 술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비교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술을 먹지 않음으로써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으며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장로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모였다 하면 술로 시작하는 친구들은 술을 마실 때는 영웅호걸이 따로 없는데 멀쩡한 정신일 때는 의기소침해 있다. 반면에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라 (엡 5:18)” 

술을 끊으면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정말 보람된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이것만큼 좋은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 출처 : 순복음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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