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출근길 막는 아이

첨부 1


출근길 막는 아이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지난주 교회에서 만난 다섯 살(만 4세) 여자아이의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다. 뭐든 혼자서 잘하고, 어린이집에 가서도 의젓하게 잘 노는 아이가 유독 엄마가 출근할 때마다 떼를 쓴다는 것이다.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아이는 매일같이 출근하는 엄마를 붙잡고 울면서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어!”라고 한단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하던 할머니와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의 직장을 보여 주기로 했다. 할머니는 어느 더운 날 아이의 손을 붙잡고 엄마가 일하는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급의 아동 수만큼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가서 아이가 직접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게 했다. 

조그만 손으로 한 명 한 명 언니 오빠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준 아이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엄마 힘들겠다” 하더란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하니 아이는 “언니 오빠들이 많잖아. 엄마가 그러니까 힘들지” 했다. 그 다음부터 아이는 엄마가 출근하려고 집을 나설 때 징징거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이다.

막내딸이 만 세 살이었을 때 우리 집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출근하려 할 때마다 아이가 울며불며 핸드백 끈을 잡고 “엄마 가지 마” 하며 놓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가기 빠듯한 순간이 오면 나는 “유진아, 엄마 학교 다녀올게”하며 억지로 떼어놓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아이와 역할 놀이를 했다. “유진아, 지금부터 엄마가 유진이야. 유진이가 엄마 하면서 놀자”라고 제안 한 후 나는 막내딸이 한 그대로 “엄마 가지 마”를 외쳐댔다. 아이가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끈도 잡아당기면서 떼를 쓰자 막내딸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나를 달래려고 하더니 갑자기 가방을 잡아당겼다. “엄마 갔다 올게”하며 빠른 걸음으로 방문을 도망치듯 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 내가 “유진아, 너 엄마가 학교 가는 것 싫구나” 했더니 아이는 “중앙대학교 끊어”라고 했다. 

아무리 어른들이 노력한다 해도 출근하는 엄마를 내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에 드는 섭섭함을 어찌할 수는 없다. 엄마가 집에 있어 준다면 아이에게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엄마들이라면 다음 두 가지를 시도하여 아이의 협력을 구해 보자. 첫째, 아이의 섭섭한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다. 둘째,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가서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을 보고 느끼게 하자. 

나는 다행히 유아교육학과 교수였으므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교실 맨 뒷자리에 앉혀 그림을 그리며 엄마가 하는 일을 보게 했다. 라디오 생방송을 할 때 아이를 PD와 함께 있게 하여 방송하는 것을 보게 한 일도 있다. 그때 아이는 일기에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썼었다. 더 바라기는 기업들이 나서서 어린 자녀들이 부모의 직장을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다음 세대 양육을 기업들이 함께 한다는 철학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