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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유아 신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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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신앙교육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지난 주일, 교회에서 예배를 볼 때, 뒷자리에 앉은 어느 다섯 살(만 4세) 여자아이가 몸을 뒤트는 기색이 느껴졌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이 아이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 앉아 있기가 심심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이를 위해 가방에서 작은 노트와 볼펜, 노랑 빨강 사인펜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 한참 동안 그림 한 장을 그려 낸 아이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노트를 넘겼다. 긴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여자아이를 그렸는데 티셔츠 가운데 하트로 보아 자신을 그린 모양이었다. 나는 작은 소리로 “열심히 그렸어” 하고 칭찬해 준 뒤 빈 페이지를 찾아 다시 노트를 넘겼다.

이번에는 하트 티셔츠를 입은 여자아이 네 명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뛰어노는 그림을 그렸다. 표정도 다 달랐다. 이번에는 “앞에 목사님도 그려볼까?” 하고 제안했다. 아이는 한동안 설교하시는 목사님을 쳐다보더니 목사님과 그 위에 십자가까지 그려 넣었다. 이번에는 노트를 스스로 넘겨 피아노까지 그려 넣었다. 

사물을 관찰하여 그 특징을 뽑아 그려 넣는 모습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아이가 일곱 장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목사님 설교가 끝났다. 아이는 찬송에 맞춰 몸을 들썩들썩했고 축도 시간에도 조용했다. 

어른 예배에 영·유아들이 참여하는 것은 발달 특징상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만 2세는 2분, 만 3세는 5분, 만 5세는 15∼20분, 만 6세는 30분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차가 많아 어떤 아기들은 집중 능력이 뛰어나 오랫동안 몰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모든 아이는 나이가 어리면 짧게, 나이가 들면 좀 더 길게 집중한다.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놀잇감’이나 활동이 재미있으면 평균보다 오래 집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갑자기 어른들과 예배를 보게 되는 영·유아들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예배를 드려야 하는 교회라면 설교 시간 아이들이 조용히 갖고 놀 수 있는 그림 그릴 거리, 가위 오리기 재료 등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어린이들의 마음에 교회는 ‘따뜻한 곳, 배려가 있는 곳’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세대가 싫어하는 교회에는 미래는 없다. 192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나라 방방곡곡에 교회를 세우고, 교회마다 유치원을 설립하려고 애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유치원들은 원아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해서 가정에서의 유아 양육도 도왔다. 또 그 학부모와 유아들이 교회에 오도록 전도했다. 

1985년 이후 정부가 유치원 장학지도를 강화하자 많은 교회가 유치원을 닫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지도 받는 것이 힘들어도, 운영상 적자가 나도 유치원을 설립하고 운영해야 한다. 교회학교와는 다른 형태의 후세대 교육을 계속해야 한다. 9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유치원을 설립, 운영하는 불교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설립 및 운영이 온 교회의 사명으로 퍼지는 날을 꿈꾸어 본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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