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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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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 이철 연세의료원장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미국 5대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다. 물론 32년 만에 열리는 내한 공연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번 공연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브란스’라는 미국의 한 독실한 기독교 가문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첫 서양식 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은 알렌이라는 의료선교사에 의하여 1885년에 설립된 ‘제중원’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밀려드는 환자를 돌보기에는 시설이 낙후되고 너무 비좁아 새 병원이 필요하게 됐다. 당시 제중원 원장을 맡고 있던 캐나다 의사 올리버 에비슨 박사는 1900년 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기독교 해외선교대회에서 조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새 병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때 그의 연설에 감동한 클리블랜드의 기독 실업인이 1만 달러라는 거금을 쾌척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바로 루이스 세브란스씨로 존 록펠러와 함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을 운영하던 대주주였다. 

세브란스씨의 수차례에 걸친 추가 기부로 제중원은 서울역 앞에 새 병원을 완공하고 1904년 11월에 기증자의 이름을 따라 ‘세브란스병원’으로 개원하였다. 루이스 세브란스는 1907년 직접 조선을 찾아와 다시 거액을 기부했고, 자기 주치의인 러들로 박사를 세브란스로 보내 우리나라 최초로 외과를 개설하고 많은 수술로 우리 민족의 목숨을 구하게 하였다.

한편 1918년 창단된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창단 10년이 다 되도록 메인홀조차 없는 신세였다. 그러던 중 28년 창단 10주년 공연에서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의 아들 존 롱 세브란스 부부가 시민들을 위해 콘서트홀 신축기금으로 거금 100만 달러를 내놓았고, 3년 뒤 지금의 ‘세브란스홀’로 불리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메인홀이 생긴 것이다. 이후 존 롱 세브란스는 1921∼36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이사장을 지내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세브란스 장로가 에비슨 선교사에게 세브란스병원 건축비를 헌금하면서 “주는 나의 기쁨이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더 큽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사도 바울이 3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밀레도의 장로들에게 고별연설을 하면서 맺은 말인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에서 인용한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자 한 이들 부자(富者) 부자(父子)의 대를 이은 숭고한 기부정신이 겨자씨앗이 되어 하나는 지난 100년간 이 땅에 현대의학을 뿌리내리게 하고 아픈 이들을 치유한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성장했고, 또 하나는 지구인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명연주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명성을 떨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독실한 신앙에 따라 부의 세습보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100년 만의 해후가 오늘날 부를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네 사회에 하나님의 나눔 정신을 깃들이게 할 또 하나의 작은 겨자씨가 되기를 기원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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