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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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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 최문자 시인 (협성대학교 총장) 
 

알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의 80% 이상이 대화단절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시대는 부부 시늉만 내고 사실은 부부가 아닌 쌍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관계를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대화의 단절이다. 대화 없는 부부가 쌓은 담은 가정파괴는 물론 사회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독일에서 출간돼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25개국에 소개된 화제작이 있다.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가 지은 책이다. 

유명한 독일 의사인 페너가 48년간 대화 없이 살면서 서로 미워하다가 72세가 된 어느 날 아침, 욕설을 퍼붓는 아내를 도끼로 살해하는 이야기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행복하고 그럴듯하게 보였지만 부부는 서로 비난하고 서로 미워하면서 48년이란 긴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매체를 통해 보면 이 시대는 페너 부부 말고도 행복의 탈을 쓰고 긴 시간 이혼하지 않으면서 불행하게 살고 있는 부부가 적지 않다. 

남들 앞에선 행복하게 잘사는 척하지만 집안에서 가면만 벗으면 원수처럼 등을 돌리고 말없이 사는 부부가 허다하다고 한다. 

서로 마주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부는 어긋난 서로의 일정을 조정하고 심지어는 한 집에 살면서도 밥도 따로 해먹고 대화는커녕 눈길 한번 안 준다. 소통 방법은 냉장고에 붙은 메모지에 서로 필요한 것만 얼음처럼 차가운 문장으로 적는 것이 고작이다. 어떤 노부부의 기막힌 7년간의 가면부부 생활을 마치고 이혼했다는 이야기도 눈물겹다. 

이 시대는 많은 가면부부를 양산하고 있다. 이 가면부부들이 더는 못 참고 이혼하게 되는데, 이혼사유 중 대화가 끊겨 있기 때문에 이혼하고 싶다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부부가 미움이나 비난을 가면 하나로 간신히 가리고 있다. 

‘소 닭 보듯’ 하는 부부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가면부부가 되는 징조가 있는데 ‘대꾸 안 하기’가 그 예이다. ‘너 혼자 맘대로 지껄여 봐, 난 안 들을 테니’ 막무가내로 상대의 말을 안 들으려 하는 것이 위험의 첫 단계라고 한다. 

그 다음 단계가 서로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방황하다가 자녀에게 전화로 집에 있고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귀가한다고 한다. 거실에 있다가도 벨이 울리면 방으로 얼른 뛰어 들어가 대면을 피한다고 한다. 

우울증의 징조로 ‘말 없음’과 ‘대면 기피’는 중요한 증세로 나타나 있다. 의사가 우울증 환자에게 말문을 열게 할 수 있다면 이미 치료의 효과는 상당히 본 것이라고 한다.

한 지붕 안에 딴살림한다는 부부 이야기는 가끔 듣고 있지만, 7년 동안 한번도 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는 부부가 있다는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책상 앞에서/ 네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손이 아니라 언어/ 네 살갗을 문지르면서 기다리는 이상한 나라의 말이/ 대책없이 부풀어 간다”(최정례의 ‘강 건너 불빛’ 부분) 

강 건너 아름다운 불빛을 바라보며 부부가 서로 뺨을 어루만지듯 살갗을 문지르는 언어로 소통하면서 부부가 풍선처럼 행복을 부풀릴 수 없을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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