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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남재철] 지진 조기 경보와 재난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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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14시29분. ‘윙∼’ 하고 길게 울리며 날아온 긴급재난문자에 모든 사람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진동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경북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여파가 전국에서 느껴졌다. 많은 국민에게 지진보다 문자메시지가 먼저 도착했다. 지진 경고가 먼저 온 뒤 이어진 지진의 경험은 그 자체로 국가 시스템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이번 지진은 조기 경보 시스템과 긴급재난문자의 첫걸음이었다.

포항 지진이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일어났던 지진과 가장 달랐던 것은 긴급재난문자를 전달받은 시간이다. 9·12지진 당시에는 지진 발생 후 약 9분 만에 긴급재난문자가 전파된 것에 비해 이번 포항 지진은 지진이 감지된 후 19초 만에 조기 경보를 통해 대다수 국민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이에 포항과 주변 지역을 제외한 많은 지역의 국민은 지진의 진동이 느껴지기 전에 지진 문자를 받을 수 있었으며, 이는 지진 조기 경보와 긴급재난문자 시너지 효과였다.

긴급한 복구와 구호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제 차분히 하나씩 둘러봐야 할 때가 됐다. 지진 조기 경보에 대한 첨언을 몇 가지 드리려 한다.

지진 조기 경보는 큰 피해를 주는 지진파(S파)가 도달하기 전에 진동이 약하고 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를 탐지해 지진의 규모와 위치를 자동으로 먼저 신속히 제공하는 서비스다. 진앙에서 먼 지역일수록 S파와 P파의 속도 차이로 인한 감지 시각의 차이가 커서 조기 경보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진앙과 멀리 떨어진 대전 광주 서울 등에서는 조기 경보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진앙지였던 포항으로부터 100㎞ 이내 지역은 S파와 P파의 시간 차이가 매우 작아 진동을 먼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진앙 지역이나 진앙과 매우 가까운 지역에서의 지진 조기 경보와 긴급재난문자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과 진앙과 가까울수록 조기 경보에서 제공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진앙이 가까울수록 조기 경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신속 정보인 지진 조기 경보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25초 이내에 자동 제공하고 있고, 규모 3.5에서 5.0 미만의 지진도 100초 이내로 분석해 지진 속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전에는 약 5분이 소요되던 것을 크게 앞당겼다.

3.5에서 5.0 미만 지진은 신호가 약해 발생 위치와 규모 등에서 오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정 수준의 정확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규모의 지진에는 신속성과 정확성을 어떻게 높일지 좀 더 연구해야 한다.

긴급재난문자로 받은 포항 지진의 규모는 5.5였고 몇 분 후 발표된 지진 정보의 규모는 5.4였다. 신속한 정보 제공 뒤에 지진 분석사의 상세한 분석을 통해 정보가 수정됐다. 일본 미국 등 외국의 경우에는 오보 가능성이 있어도 최대한 신속히 정보를 발표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조금 틀릴 수 있더라도 미리 대비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은 정확성보다는 신속한 정보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지진 대응에 더 효과적이다. 기상청도 2018년에는 7∼25초 내로 더 빨리 지진 조기 경보를 운영할 예정이나 발생 여부에 대한 사실 여부, 발생 위치 및 규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과 수정 가능성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아기가 첫걸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한 발 내디뎠더라도 두 발 세 발 걷다가 또 넘어지듯 앞으로도 신속한 서비스에는 위치나 규모 측면에서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다시 넘어지거나 원치 않는 오보에 의한 일부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높은 기대치에 보답해야 하지만 기술적 한계 앞에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먼저 정확한 상황을 알리며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

남재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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