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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시평-차은영]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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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0.25% 포인트 높은 1.50%로 인상했다. 2011년 6월 이래 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지난해 6월 이후 이어진 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금리 인상은 일찌감치 예측된 면이 없지 않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견조한 수출 증가세와 3분기의 높은 국내총생산 성장률, 그리고 IMF를 비롯한 해외기관의 한국성장률 상향 조정 등에 힘입어 경기회복세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예상되는 금리 인상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심리 등의 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실사지수(BSI)는 19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함으로써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았다. 1년 넘게 전망치가 부정적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북핵 리스크와 미국, 중국과의 통상 마찰 등 불확실성이 별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 압박도 크지 않고 특정 산업에 편중된 경기 회복세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다소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내년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선제적 금리 인상이 다소 성급하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면이 더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세계적 유동성 완화 기조가 바뀌면서 초저금리로 인해 지나치게 공급된 유동성을 계속 방치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그 증가 정도에 따라 자칫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해외자금 이탈을 막기 어렵고 금융시장의 충격이 생각보다 클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도록 방치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 시장이 분담해야 할 고통은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419조원에 이르고 이 중에 변동금리 영향을 받는 대출은 925조원에 육박한다. 금리가 0.25% 포인트 상승할 경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2조3000억원이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여 집을 마련한 30, 40대의 이자 부담이 증가돼 소비여력이 감소하고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인해 고통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원금상환액이 가처분 소득의 40%를 넘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고위험가구와 다중채무자이면서 7∼10등급에 속하거나 하위 30% 저소득에 속하는 취약차주에게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고위험가구의 30% 이상이 영세자영업자들이고 그 외에도 직업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버릴 수도 있다.

영업활동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 포인트 상승 시 폐업위험도가 7.0∼1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하면 국내 상장회사의 16%가 2년 내 자본잠식, 상장폐지, 법정관리 등의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10년 가까이 저금리로 인해 가려져 있던 기업의 부실을 걷어내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이자 덕에 쉽게 자금을 대출받아 연명해 오던 좀비기업들이 높아진 조달 비용으로 거품이 빠질 때가 구조조정의 적기다. 경제가 턴어라운드 한 지금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없는 기업을 퇴출시키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8일 발표된 대폭 축소된 구조조정펀드 규모와 지역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은 자못 우려스럽다. 경제논리를 외면한 정치적 구조조정으로는 부실기업의 수명이 연장될 뿐 혁신도 성장도 묘연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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