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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평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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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단상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연평도가 공격당하던 날 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주유원이 다가오자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오늘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물었더니 청년은 “나한테 폭탄이 떨어진 게 아니라서 상관없어요” 하는 것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청년들이 군대를 가면 나라가 지켜질까?’ 등 별별 생각이 스쳤다. “그렇지만 다치거나 죽은 분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고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걸요?” 했더니 청년은 “난 상관없어요.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것이 없으니까요” 했다. 

그때서야 청년의 마음에 어떤 아픔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요, 아버진 욕이나 하고… 에잇!” 하는 것이었다. “힘들겠네요”라고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조금 더 얘기하고 싶어서 “나는 6·25를 경험한 나이잖아요. 전쟁은 정말 무서운 것이에요. 나라는 아주 소중한 것이고요. 잘 지켜야 해요”라고 했다. 청년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안녕히 가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 

시동을 걸며 생각하니 예전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셨던 “나라는 소중한 거다. 나라 없는 설움은 뼈가 저린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잘 살거나 못 살거나 어느 집에서건 아이들에게 ‘나라 사랑하기, 나라 지키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가르쳤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는 한국에서, 이 젊은이는 나라가 자신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이 청년만이 아닐 것이다. 

이 일을 곰곰이 생각하다 역시 ‘사랑이 있는 가정’이 모든 가치의 기초가 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사랑해주며 성실함, 정직, 책임감 있는 삶의 가치를 가르친다면 국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랑해주고 신뢰감을 주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이 신앙에 있어서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쉽게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욕하고 때리고, 신뢰감을 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교회에서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요즘 가족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상황의 뿌리는 사랑과 바른 교육이 없었던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때 교회를 중심으로 ‘새가정운동’이 일어나게 되기를 꿈꿔 본다. 교회는 물론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에서 부모들이 자녀를 바르게 사랑하며 키울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해야 한다. 가정이 바로 서는 일이 바로 튼튼한 나라 세우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성과 가치관의 기초가 형성되는 영유아기와 초등학교 시기에 부모와 자녀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워요”라고 하고, 나아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워요”라고 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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