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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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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 이철 연세의료원장
 

송년회와 신년회 등 여러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가 다가왔다. 술을 멀리하는 그리스도인에게는 곤혹스러운 때이다. 부서의 모임에 안 갈 수도 없고, 술자리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술잔을 들고 있는 것도 가시방석이다. ‘술은 정말 해로운 것일까?’ ‘아주 적은 양이라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유혹도 경험하게 된다. 

매일 한두 잔 정도의 음주는 실제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줄인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도를 1로 했을 때,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10∼15g인 사람의 상대 위험도는 0.68이고, 30∼50g일 경우는 0.57이다. 알코올 섭취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은 서로 반비례한다. 알코올이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과도한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술을 마시다 보면 한두 잔에 그치는 법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술은 대뇌의 통제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술을 마시지만 곧 술이 술을 마시게 되어 결국 폭음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술을 강권하는 문화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경화, 고혈압, 비만, 뇌졸중, 유방암, 골다공증 같은 병이 찾아오고 당뇨 환자에게서는 혈당을 급속하게 증가시킨다. 자살의 유혹도 증가하며 각종 사고를 당하기 쉽고 단란한 가정도 파괴한다. 반인륜적 강력범죄들이 음주상태에서 저질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술은 분명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술취함’은 판단력을 어지럽혀서 실수하게 만든다. 당대의 의인이었던 노아도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고 자는 수치를 범하고 말았다(창 9:21∼27). 후손을 얻고자 했던 룻의 두 딸은 아버지 룻에게 술을 먹인 후 그의 침소에 차례로 들어간다(창 19:30∼35). 

이렇게 태어난 모압과 암몬 족속은 훗날 이스라엘에 두고두고 어려움을 주지 않았던가! ‘술김에 저질렀다’며 후회하지만 그 실수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그러므로 성경은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엡 5:18)라고 명한다. 술 취하지 말라고 했으니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말씀은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말씀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에 관한 가르침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술 취하고 음식을 탐하는 자’라고 부른다(잠 23:21, 롬 13:12∼14). 성경 곳곳에서 이렇듯 ‘술’에 취해 쾌락을 좇는 자의 패망을 생생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는 ‘취중진담’이라며 속내를 털어놓기 위해서는 서로 술에 취해야만 한다. 얼마나 눌리고 경직되었으면 맑은 정신으로는 그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다는 말인가. 술의 힘을 빌려 그간에 쌓인 것을 연말연시에 터뜨려버리는 것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문화를 멀리 하여야 한다. 이미 내 마음을 다 알고 계신 하나님 앞에서 나의 문제가 드러나고 해결되었다면, 어찌 사람들 앞에서 정직할 수 없겠는가. 또한 성령의 새 술에 충만함을 입은 사람들은 술이 없어도 즐겁고 진실된 교제를 누릴 수 있다. 

송년회와 신년회가 술에 취한 채 정신없이 지나가면 안 된다. 한 해 동안의 은혜에 감사하고 새해를 향한 소망을 맑고 총명한 정신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지혜와 용기를 구하자. 나는 소망한다, 이곳저곳에서 건강하고 즐거우며 성령 충만한 연말연시 모임들의 소식이 들려오기를.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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