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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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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세계 먹을 수 있는데…
  
- 이훈 목사 (하늘뜻섬김교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정말 바르게 살아야겠구나!’라는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장 지글러(Jean Ziegler)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 교수로 스위스 연방 의원을 지냈고, UN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분입니다. 

즉 이 책은 서재에서 학문적으로 쓴 글이 아니고,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겪은 일을 중심으로 저술된 것입니다. 저자는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 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 세계적 식량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기아로 죽은 어린이들을 향한 참회록으로 이 책을 기록했습니다.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이야기를 우선 그대로 기록해 보겠습니다. 장 지글러가 아들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이 책이 기록되어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그런데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18세기 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입니다. 그는 1798년에 인구 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세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25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산아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조가 지원은 중단되어야 하고,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출판되자마자 유럽의 지배층에서 널리 읽혔고, 산업화 초기의 국민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맬서스의 주장이 오늘날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북한, 중남미의 기아국들, 러시아에서 독립한 후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의 사례들이 자세히 나오는데, 남미의 칠레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의 행동강령을 발표하였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 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은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세계 제 2위의 식품 회사)였습니다. 

커피와 우유를 주 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는 네슬레에게 우유 구매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합니다. 이때부터 아옌데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칠레의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여 그를 살해하고, 다시 칠레의 어린이들은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됩니다. 비슷한 역사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씩 굶어죽는 등 한 해 수천 만 명이 기근에 희생되고 있는데, 왜 이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고 있을까요? 월드비전 등을 통해 아프리카를 후원할 때, ‘후원자들이 더 많아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상황이 개선되겠지’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는 과연 바르게 사는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네슬레에서 나오는 ‘초이스’ 커피가 먹기 싫어지더군요. 사막화, 삼림파괴, 인구의 도시 집중 등으로 인해 기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아픔들을 전혀 교육하지 않는 학교 교육, 이러한 현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교회의 모습,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군요.

참 답답한 가운데, 저자의 다음의 말이 마음깊이 다가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2008년, 자선모금이 이전보다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그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의 선성(善性)이 회복되는 역사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믿고 사는 자녀들(Christian)이 그 회복의 역사에 앞장서는 아름다움이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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