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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탄을 맞아 생각하는 ‘화해자’ 아비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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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을 맞아 생각하는 ‘화해자’ 아비가일

지혜로운 신앙의 여인, 아비가일(Abigail)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여호와 하나님의 신앙을 충만하게 지닌 고대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지혜로운 여인, 아비가일은 히브리어로 ‘아버지가 기뻐하심’이라는 신학적 의미를 지닌 하나님의 사람이다. 아비가일은 길이가 약 24km 정도 되고, 최고봉 높이가 546m 정도 되는 구릉 형태의 갈멜산 언덕에서 양과 염소를 기업적으로 목축했던 마온 사람 나발의 아내였다. 나발은 3,000마리의 양과 1,000마리의 염소를 소유하고 있어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부유한 목축업자였다. ‘어리석다’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식 이름대로 아비가일의 남편 나발은 하나님 주신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전혀 알지 못하고, 오직 개인적인 욕심으로만 가득 찬 어리석은 인물이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완고하여, 그가 하는 모든 행사가 악한 나발이 갈멜산 언덕에 피신중인 다윗의 원조 요청을 거절하고 모욕하자 화가 난 다윗과 부하들이 그의 목장을 공격하려 했다. 갈멜산 목장 부근에 다윗 군단이 진치고 살면서 나발의 재산을 강도로부터 오랫동안 보호해줬다. 

용맹스런 다윗 군단 때문에 어느 누구도 나발 목장을 함부로 침범할 수가 없었다. 갈멜산 목장장, 나발이 추수 때가 돼 양털을 깎을 때, 다윗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춘 부하 열 명을 그에게 보내 군량미를 지원헤줄 것을 겸손히 요청했다. 어리석고 탐욕적인 나발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다윗이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또 누구냐, 요새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아 떡과 물고기를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자들에게 어찌 주겠느냐” 라면서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분개한 다윗은 자신의 부하 400명을 무장시켜 나발 목장을 치러 갔다.

이 사실을 목장의 머슴으로부터 전해들은 아비가일은 급히 떡 200덩이, 포도주 두 가죽부대, 양 다섯마리, 볶은 곡식 다섯세아, 건포도 백송이, 무화과 200뭉치 등을 예물로 준비해 다윗에게로 달려갔다. 다윗 앞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남편 나발 대신 어리석음을 백배 사죄했다. 준비한 예물을 다윗에게 모두 줘서 부하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존심에 큰 손상을 입고, 공격적인 성품으로 바뀐 다윗의 노염을 가까스로 풀어 가화(家禍)를 면하게 했다.

“다윗의 생명은 하나님 여호와와 함께 생명싸개 속에 싸였을 것이요, 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신 때에 내 주께서 무죄한 피를 흘리셨다든지, 내 주께서 친히 보수 하셨다든지 함을 인하여 슬퍼하실 것도 없고, 내 주의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으시리니, 다만 여호와께서 내 주를 후대하신 때에 원컨대 내 주의 여종을 생각하소서” 라고 말하며 다윗이 냉정을 찾도록 적극 유도했다.

아비가일이 다윗으로부터 용서함을 받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리석은 남편 나발은 추수의 기쁨으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었다. 술이 깬 이튿날 아침 다윗 군단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남편 나발에게 말하자, 소심한 그는 크게 낙담하여 열흘 동안 끙끙 앓다가 급기야 죽게 됐다. 그렇게 많은 자신의 재산을 남을 위해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이생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남편 나발이 죽은 후, 아비가일은 다윗의 깊은 사랑을 받아 그의 아내가 되어(삼상 25:3,14-42, 27:3, 삼하 2:2) 말이 통하는 사람과 가드와 시글락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시글락에서 아말렉 사람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아비가일은 다른 여자들과 같이 적들에게 포로로 사로잡혀 갔으나, 남편 다윗에게 구출됐다(삼상 27:3, 30:5, 18). 그녀는 헤브론에서 길르압과 다니엘로 불려진 두 아들을 다윗을 통해 낳았다(삼하 3:3, 대상 3:1).

하나님의 사람, 아비가일은 매우 지혜로워서 어리석은 남편일지라도 무시하지 않고 성경 말씀대로 잘 섬겼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어리석은 남편 때문에 늘 마음으로 답답했지만, 여호와 하나님이 짝 지어준 남편을 신뢰하고 주군으로 겸손하게 모셨다. 때때로 남편 나발이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라도 정면에서 남편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고 현명한 아내로서 조용하게 처리했다. 공격적인 싸움과 다툼보다는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죽이고 낮아졌다. 다윗의 분노와 공격 앞에서도 정면으로 돌진하지 않고, 자신을 다윗의 하녀로 낮춰 겸손하게 처신하므로 급박한 전쟁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했다.

악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사람들이 만든 살상무기인 대포나 핵폭탄이 될 수 없다. 사람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겸손과 화합정신, 그리고 평화로운 말씨와 행동이 더 크고 강렬한 무기다. 의분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분노하거나 상대에게 전투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요즘 천주교회도 시끄럽고, 불교계와 개신교회도 지도자들 간에 있는 불신 때문에 교계가 온통 시끄럽다. 엘리트들이 즐비한 대한민국 국회도 연말을 맞아 화난 수소들의 싸움터가 됐다. 이럴 때는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폭력적 자세와 사적인 울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마음으로 묵상할 때다. 하나님보다 높아진 인간들의 시끄러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전쟁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성탄절의 주인공 되신 예수는 전쟁과 싸움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격렬한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겸손하게 태어나셨다. 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다윗 앞에 무릎을 꿇고 화해한 지혜로운 여인, 아비가일의 마음을 가득 품기를 바란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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