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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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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같이 재직했던 대학 여교수들과 오랜만에 만나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문득 같은 단과대에 있었던 교수 한 분이 둘째 아들을 키우는 문제로 고민했던 기억이 났다.

그분에게 “아드님 이제 많이 컸겠네요?” 했더니 “그럼요. 이제는 정말 멋진 대학원생이 되었어요”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애를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나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 아이는 유아 때 무엇이든지 하지 말라는 일은 다 하고, 어른 말이라면 절대로 듣지 않았다. 친정어머니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이 “이 애 커서 큰일 낼 놈이다”라고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였다. 이 일을 내게 털어놓는 그 교수님께 나는 “하지 말아” “왜 그러니?”라는 말을 되도록 자제할 것을 조언했었다. 그 대신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잘 관찰하다가 적절한 행동과 말이 나왔을 때를 포착해 있는 그대로 칭찬해 주라고 했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했더니 아이가 아주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지 뭐예요. 지금도 그 애는 자기 일은 스스로 잘 알아서 해요. 하겠다고 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 있게 마무리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은 처음부터 안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곤 해요.”

엄마 아빠들에게 양육과 관련된 조언을 많이 해 왔지만 이렇듯 20여년이 지난 다음 그 효과를 듣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내 조언이 도움이 돼 한 어린이가 멋진 청년이 됐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뻤다. 

또 아이의 긍정적인 측면을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를 키우며 어른들이 하는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처럼 유아들이 의외로 주변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분명히 인식한다는 것을 절감할 기회가 이번 성탄절에도 있었다. 만 5세로 언어 발달이 빠른 편인 외손자 동연이가 엄마에게 “할아버지는 잔소리를 많이 하셔. 외할아버지는 안 된다는 말부터 하셔. 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잘 하셔. 외할머니는 화를 낼 법도 한데 참고 기다려 주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식구들은 “다 아네, 다 알아” “한마디로 잘도 요약해서 말했네”라며 감탄했다. 

누구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잘 관찰하고 있다가 적절한 순간에 구체적으로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 그런 어른들이 주변에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는 밝고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우리 집에는 그런 어른들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일까? 새해에는 어린이를 돌보는 모든 어른들이 이렇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어린이를 볼 때마다 ‘이 아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보내신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말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어른들이 되자. 그러면 부모와 자녀 관계, 조부모와 손자들의 관계에는 어떤 추위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이 넘칠 것이고, 아이는 세상에 그 따뜻함을 나눠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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