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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싸움 중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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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중재하기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와 조부모들이 내게 자주 묻는 것이 “형제·자매끼리 심하게 다툴 때 어떻게 말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름대로 원칙과 방법을 알려주곤 했지만 나 자신도 최근 똑같은 상황에서 당황한 일이 있다.

사건은 외손녀가 남동생을 때리면서 시작됐다. 동생이 자신의 책을 확 밀쳐버리는 것을 보고 분개해 주먹으로 동생을 친 것이다. 동생 준기가 “누나가 먼저 내 자리에 책을 놔뒀잖아” 하면서 달려들어 싸움이 육탄전으로 번지기 직전, 나는 얼른 준기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렇게 한 이유는 준기가 동생이지만 주먹이 더 세므로 그냥 두면 일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준기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나도 누나 때릴 거야!”라면서 격렬하게 반항했다. 문 쪽으로 달려드는 아이를 몸으로 막으면서 “네가 먼저 누나 책을 밀친 게 문제였잖니”라고 해 봤지만 화난 아이 귀에 들릴 리 만무했다.

다만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진단다. 조심해 주면 고맙겠다”고 하자 그 와중에도 나를 심하게 밀치거나 때리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가 주춤하는 틈을 타서 “너 정말 속상하겠다. 갑자기 맞았으니까”라고 공감을 표해 봤다. 그럼에도 준기는 “나도 누나 때릴 거야”라며 씩씩댈 뿐이었다. “누나가 널 때린 건 분명 잘못한 일이야. 그렇지만 말로 해야지 때리기 시작하면 큰 싸움이 돼. 우리 화부터 가라앉히고 나가서 말로 따져 보자”고 설득해 봤지만 “싫어요”라며 고집을 부렸다.

시간이 지나 화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자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외손녀에게 말했다. “준기가 네 책을 밀친 건 잘못했지만 갑자기 주먹을 날린 건 네 잘못이었어. 속상한 것이 있어도 말로 해야 하는 거야. 준기가 나오면 서로 사과해야 해.”

이렇게 당부했건만 둘은 그날 화해하지 못했다. 그 다음날에야 겨우 서로 사과한 뒤 감정이 풀어졌다. 이 일로 내가 다시 깨달은 것은 아이들의 싸움을 말릴 때 어른의 감정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른은 덩달아 소리를 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지 말고 아이들에게 사실을 객관적으로만, 간단히 전해야 한다. 또 감정이 격해진 아이를 달랠 때도 “네가 지금 화내는 방법은 잘못됐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는다.

만일 어른이 “이 녀석이 감히 어른한테 대들어? 날 뭘로 보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화를 내면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거기다 아이에게 “이 어른은 나만 못살게 군다”는 생각을 전하게 된다. 이런 왜곡된 해석은 싸움 자체보다도 더 나쁜 정서적 영향을 미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싸운 상황을 차분하게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줘야 한다. 아이의 분노와 공격성을 자신과 연관시켜 화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이 어른은 믿고 의지할 수 있구나” 하고 신뢰하게 된다.

자녀를 키울 때는 일만 번 참고 인내하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위해 하루에도 일만 번 참으시지”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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