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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원에서 바라보는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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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원에서 바라보는 구제역 

- 최요한 형제 (예수원 삼수령목장) 


지난해 12월부터 아침, 저녁 축사에 들어갈 때 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문을 엽니다. 밤새 그리고 낮 동안 별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소 얼굴을 살피고, 입 주위를 보면서 축분에 묻은 발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최근 13년 동안 121 마리를 기르고 있던 한 농가가 살처분을 당했는데, 그 아들이 올린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축산 농가의 실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농가는 구제역에 걸린 것이 아니라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를 방문한 소 수집상의 차가 그 집에서 소를 실었다는 이유만으로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되었습니다.

예수원 삼수령 목장에서 한우를 다시 기르기 시작한 것이 2003년 10월이었습니다. 8마리 암송아지를 시작으로 이듬해 임신우 4마리, 2006년 임신우 2마리를 종자소로 삼아 그동안 28두를 판매하고 지금은 62두가 되었습니다. 만 8년, 햇수로 9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저희들의 삶을 통해서 13년간 121 마리가 어떤 의미인지, 그 세월이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그렇습니다.

성실하게 땀흘리며 땀의 대가를 기대하며 마음을 쏟아 기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일순간 그 긴 시간과 노력이 무너지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텅 빈 축사만 남아있는 것을 보는 그들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삼수령 목장에서도 지난 13일 예방 백신을 주사했습니다. 그 시간에 태어난 난 지 30분 밖에 되지 않는 송아지까지 모두 맞았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인간의 수고로움과 인간의 노력입니다. 죽이고 땅에 묻고 예방을 하는 거기까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마을 전체가 외부와 단절되고 그 안에서 농가들마다 서로를 원망하며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실상은 사람의 위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빈 축사를 보며 무너진 마음은 사람의 눈물로는 채울 수 없는 자리입니다. 건강하게 땀 흘리며 대가만을 바라던 정직한 노동의 정신은 무엇으로 다시 세울 수 있겠습니까.

주님은 최근 예수원 공동체의 한 자매를 통해 말씀을 주셨습니다. 역대하 7장 13절에서 15절까지 말씀입니다.

“들으라.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메뚜기를 시켜 땅을 황폐하게 하거나 나의 백성 가운데 염병이 돌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나의 백성이 스스로 겸손해져서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떠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며, 그 땅을 다시 번영시켜 주겠다.”

인간의 노력은 죽이고 묻고 예방을 위한 일, 거기까지입니다. 무너진 마음과 분열된 공동체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일은 ‘은혜의 자리’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사랑을 회복하고 전파시키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이웃에 있는 축산 농가를 위해 예수원 공동체는 1월 한 달간 방문객들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한 날을 정해 이 땅의 하나님의 백성들이 겸손히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은혜의 자리에 나아가도록 금식을 선포하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교회가 스스로 겸손해져서 은혜의 자리에 서지 않으면 죽은 가축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굿 소리만 나라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지 않으면 서로의 잘못을 탓하며 원망하는 소리로 우리 마음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교회가 스스로 낮아져서 울고 있는 자들과 함께 울고, 마음이 무너진 자들의 마음을 들어주며 성실히 땀 흘리는 자들의 수고를 인정할 때 하늘에서 우리의 간구를 듣지 않겠습니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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