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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기까지 주고 떠난 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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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까지 주고 떠난 그 소녀 
 
- 정충영 교수(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백파이프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장례 행렬은 세로 약 6m, 가로 약 9m 크기의 대형 성조기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이 성조기는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수습한 성조기였습니다.

지난 1월 13일(2011년) 열린 미 애리조나 주 투산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망한 9세 어린이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Greene)의 장례식 모습입니다. 미 애리조나 주 투산의 세인트 엘리자베스 앤 세턴 성당 안에는 1800여명의 인파가 모였고 미처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한 1000여명은 길가에 늘어섰습니다. 사람들은 꽃다발이나 곰 인형을 손에 들고 투산 총기난사 테러로 숨진 아홉 살 꼬마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 모인 것입니다.

투산 교구의 키커너스 주교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경전 두루마기를 펼쳤던 어린 예수처럼, 우리는 침묵과 경건으로 크리스티나의 짧은 삶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장례식 막바지에 아버지 존 그린이 연단에 올라 쉰 목소리로 크리스티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 얘야, 우리 모두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모른단다. 네가 이 나라 사람 모두의 마음을 돌려놓았구나.” 아버지의 말에는 못 다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두 살 위 오빠 댈러스는 아빠가 말하는 동안 검은색 양복 소매로 계속 눈물을 훔쳤습니다.

크리스티나는 2001년 9·11 테러 당일 날 태어난 아기들 중 각 주에서 1명씩 선정한 ‘희망의 얼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활짝 웃는 사진 속 아이의 눈길 앞에 모든 어른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아픔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장기들은 보스턴 지역의 한 어린이에게 기증되어 한 소녀의 생명을 구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아버지는 장기 이식 수술 소식을 들은 뒤 “이것은 은총이다. 장기 이식을 받은 소녀를 만나 껴안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록사나도 “크리스티나가 또 다른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죄 없는 크리스티나가 왜 억울하게 죽어야 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9·11 테러의 비극을 다시 겪지 않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희망의 얼굴’이 왜 애처롭게 세상을 버려야 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한 알의 밀알처럼 크리스티나는 한 소녀에게 생명을 주었고 절망한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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