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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바른 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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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유아교육 

-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안산의 한 교회 부속 유치원에 다니던 일곱 살 남자 아이가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두 달만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터여서 아이의 엄마는 그 사이에는 유치원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사 간 첫 날, 아이는 아침밥을 먹은 후 여유를 부리며 놀고 있다가 불현듯 “지금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올 시간이다”라고 중얼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엄마, 종이하고 연필 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리고 종이에 ‘유치원에 오기’ ‘친구들과 놀기’ ‘이야기 나누기’ ‘흥미영역에서 놀이 선택하기’ ‘간식 먹기’ ‘바깥놀이’ 등 유치원에서의 하루 일과를 쓴 뒤 그대로 지켜가며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그 전까지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는 그저 ‘재미있게 놀고 있겠지’라고만 생각했고 ‘배우면 뭘 얼마나 배우겠어’라고도 여겼기에 깜짝 놀랐다. “다른 애들도 다 가는 곳이고, 유별나게 교육시킬 자신이 없으니까 보내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라고 아이 엄마는 안산의 유치원 원장에게 전화를 해 왔단다. 아이가 ‘자기 할 일 계획하기’라는 중요한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감사의 인사도 함께였다. 

요즘 엄마들은 유아교육에 대한 열정이 지나칠 정도로 크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는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유아교육 기관들을 둘러보면서 영어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르치는가, 발레나 펜싱 등 고급 체육을 하는가, 또래 단계보다 높은 과정의 한글과 수학 등을 가르치는가 등을 주로 염두에 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는 셈이다. 

유치원에서는 원아들에게 교실 안 여러 곳에 마련된 ‘흥미영역’을 자유롭게 돌아보며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뒤 그 계획 중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평가하고, 다음날은 어떤 놀이를 할지 다시 계획하게 한다. 물론 유아들의 발달과 개별 능력에 맞게 장기간에 걸쳐 이 과정들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놀이처럼 이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서서히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유치원에서도 물론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고 한글 등을 가르치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교육은 이 과정이다. 이로 인해 갖추게 되는 문제해결 능력은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마주칠 수많은 문제들을 담대하게 마주하고 해결하는 데 귀중한 토대가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 잘 하기만 바라는 나머지 과목별 시험 점수에만 집착한다. 심지어 미취학 유아들에 대한 평가도 국어 영어 체육 등 과목별로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상의 과목별 점수’를 옆집 아이보다 높게 받게 하려는 욕심으로 유아용 학습지나 학원을 선택해 숨가쁘게 사교육을 시킨다. 아이에게만 맡겨둘 수 없으니 엄마가 팔을 걷어붙인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귀한 교육을 놓치게 된다.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도 툭하면 엄마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구하는 학생, 외국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중퇴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 배에서 태어날 때부터 주께서 맡아주신 ‘하나님의 아이’(시 22:10)다. 부모의 짧은 안목으로, 당장의 욕심으로 가르치지 말고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을 자녀로 키워야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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