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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의 무릎 꿇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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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무릎 꿇은 기도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장로 대통령, 집사 당대표 무릎 꿇었다’, ‘한국정치, 기독교에 무릎 꿇었다’. 

충격적인 제목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 것을 일부 언론이 호도하고 있다. 마치 대통령이 기독교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다. 거기다 사진을 크게 내걸고는 무슨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먼저 대통령이 갖고 있는 종교의 자유다. 양심과 사상, 그리고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에 속한다. 대통령이라도 개인으로 보면 한 인간이고, 그에 따른 인권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을 다 무너뜨리고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공인이기 때문에 자기 종교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중의 폭력이다.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대통령을 선출한 것도 아닌데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마무리되던 때 독일교회에서 날아온 한 성명서가 큰 충격을 주었던 적이 있다. 당시 성명서에는 어떻게 국가가 테러집단에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적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합의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과 66년 발표된 국제인권규약 등을 들면서 모든 사람은 생각과 양심,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한국 정부가 어떻게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저해하는 사항을 범죄자들과 합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온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사항인지라 겨우 넘어가는 것이 감사할 뿐이었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집단에 매몰되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권리를 생각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대통령도 공직자이기 이전에 기본적인 인권을 가진 한 인간이다. 기도하면서 참석자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것은 종교적 행위이다. 천주교에서도 미사 중에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있고, 불교에서는 법당에서 절을 해야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신 앞에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종교 행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무릎 꿇고 기도했다’에서 기도는 빼고 마치 대통령이 대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처럼 호도하는 언론은 분명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이 특정 종교행사에서 종교적 행위를 한다고 지적한다면 그것 역시 한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폭력일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에게서 겸손한 종교적 행위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돌아봐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대통령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공인이고, 그 자리에는 수많은 언론이 와 있었을 텐데, 예정에 없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순서를 만든 것은 문제였다. 행여 이것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공직자들 불러다가 교회에서 자꾸 무릎 꿇자고 할까봐 걱정이다. 내가 대통령 무릎 꿇게 했다고 하는 소리 나올까봐 걱정이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종교가 사회통합의 가교가 되어야 할 텐데 사회분열의 가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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