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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과이익공유제와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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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공유제와 정의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초과이익공유제’. 새로운 말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이 이 말을 처음 꺼냈다. 대기업이 예상했던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면 협력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강제할 수는 없고 이렇게 하는 기업에는 국가에서 세제혜택과 공공기관 발주사업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국가기관이라기보다는 민간 주도의 기구이기에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총리를 지냈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손꼽히는 분의 이야기이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대표 격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반발을 하고 나섰다.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입을 안 연다는 그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어찌 보면 색깔논쟁으로 국면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위험한 발언인데 그가 서슴없이 내뱉었다면 보통 결심은 아닌 것 같다. 

분명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이 이익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이익의 동기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이 위협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그에 따른 많은 보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계획했던 이윤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면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라고 하는데 기업들이 그렇게 정직하게 내가 얼마 남았으니 나누겠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세금도 안 내려고 여러 가지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들이 법적 제재도 없는 이러한 일에 자진해서 신고하고 이익을 나눌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새로운 범법자들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 찬성하고픈 마음이다. 삼성전자가 10조원 이윤을 예상했는데 17조원의 이익을 남겼다면 한쪽으로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자신들의 노력으로 그러한 큰일을 이루었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정 위원장 말대로 그것을 뒷받침한 중소기업이 있었고, 삼성이 대기업이 되기까지 지원한 국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여기서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말을 빌려서 ‘정의란 무엇일까?’ 물어보자. 그것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의이다. “공부해서 남 주냐?”는 질문에 공부해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답을 주는 것이 정의이듯,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이익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의 동반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반 강제적으로 이윤을 가까운 이웃에게 나누라고 강요하는 형국에 이르게 된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발적으로 그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에 이르러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 기업을 넘어 사회적 기업, 더 나아가 공동체적인 기업이라는 것을 이 회장도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그를 통해서 한국의 빌 게이츠를 보았으면 하는 것이 헛된 꿈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리고 정의가 주관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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