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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시민의식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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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의식이 희망이다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그들은 울지 않았다.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재해라고, 또 전후 가장 큰 위기라고 그들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인데도 미디어를 통해 보는 그들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한 어머니는 밀려오는 해일에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오열하지도 않았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일본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새삼 이들의 다른 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또 놀라는 것은 그 혼란 속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질서의식이다. 혼란 속에 빠진 상황에서 오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며 그들은 줄 지어 기다렸고, 부족한 물자에도 불구하고 물통을 하나씩 들고 그들은 물이 공급되기를 기다렸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악다구니를 쓰지 않았고, 오지 않은 구조대를 기다리며 그들은 옥상에 SOS를 새겨 놓고 숨죽이고 있었다. 이 질서의식, 이 안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시민의식이다. 남에 대한 배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 서로에 대한 신뢰 등이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제 이들은 이 상황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근거는 바로 이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이다. 그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고 배려할 줄 아는 그 의식이 바로 시민의식의 결과이다. 그것은 어쩌면 끝없는 교육의 결과이고 감정을 붙잡을 수 있는 의식의 결과이다. 

지난해 지역공동체 운동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 일본의 고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고베는 시민운동이 아주 잘 발달된 지역이라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몇 군데 시민운동단체와 생활협동조합, 그리고 시민 중심의 복지시설 등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는 1995년 있었던 고베 지진에 대한 것이었다. 강도 7.2의 지진으로 6300여명이 죽고 도시 대부분이 무너진 그 커다란 재앙이 고베에서 시민운동이 발전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 재앙을 겪으면서 이들은 스스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국가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시민들 스스로가 조직화하여 힘없는 노인들을 돌보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아보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시민조직들이 고베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이들로 인해 고베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고베의 재앙보다 훨씬 더 크다. 지금 집계된 사망자만 해도 2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후쿠시마의 원전 문제도 아직 안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시민이라면 이 재난을 이겨내고 더욱 공고화된 모습으로 일어서리라 믿는다. 나는 이제 그곳에서 일어날 ‘스펙터클한’ 시민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분명 그들은 새로운 드라마를 우리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 재앙을 이겨내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신 여호와의 손길을 읽어야 할 것이다. 재앙을 통해서도 말씀하시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에서 읽혀질지 모르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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