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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로(言路)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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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로(言路)의 부재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대략 4년 전 신정아씨는 학력위조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다. 예일대 박사라는 것을 내세워 유명 사립대의 교수가 되고, 광주비엔날레의 총감독까지 했던 그녀의 경력이 모두 거짓이었다. 어디서부터 거짓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당시 그녀의 모든 것은 거짓투성이였다. 결국 그녀는 사문서위조 등의 5가지 죄목으로 1년 6개월의 형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가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녀가 다시 언론의 중심이 된 것이다. ‘4001’이라는 책 한 권으로. 

한마디로 그녀는 거짓말쟁이다. 그래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끝내 교도소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책에 오른 전직 국무총리는 그녀에게 소위 작업을 걸었다는 폭로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이다. 그는 거짓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그 전직 국무총리보다는 신정아의 말을 믿는 분위기이다. 도대체 전직 국무총리의 말보다 전직 사기꾼이 더 신뢰를 얻는 이 세상은 무엇인가. 

결국 문제는 언로(言路)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이 언로가 왜곡되어 있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과를 가진 공인된 거짓말쟁이의 책 하나에 온 언론이 주목하고 난리를 치는 것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그녀의 책에 언급된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려 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뉴스에 기사를 올리고, 그녀와의 인터뷰를 대서특필하고, 그 내용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는 이 나라의 언론은 제정신이 아니다. 

공적 기구인 언론에 이러한 일들이 실렸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국민들에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언론들이 몰랐을 리 없다. 즉 사회적 파장이 어떻게 일어나든지 관계없이 이들은 ‘꺼리’만 된다면 부끄러움도 없이 달려들어 기사를 만들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발뺌을 하고, 이러한 폭로가 옳은 것이냐는 듯 훈계까지 한다. 

실제로 한 리서치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신정아씨의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지 6.3%밖에 안 됐다. 적극적으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23.4%에 달했다. 이 책을 향후 읽어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읽겠다는 응답자가 34.4%나 됐다. 정말 전 국민의 30% 이상이 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아마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도대체 이 일을 누가 만들었는가. 이 책이 그렇게 훌륭하고 읽을 만한 책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점잖은 척하면서 3류 주간지 노릇을 한 대한민국의 언론들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최근에도 한 전과자의 사기극에 놀아난 SBS의 장자연 사건에서도 그랬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사실인 양 교과서에 실어버린 사건에서도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의 진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폭로와 거짓으로 덧붙여진 인터넷의 이야기들이 독점해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우리가 믿어야 할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진실을 전해 주어야 할 언론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세상에 진리를 담고 있는 교회가 어떻게 바로 설 수 있는지 불안한 마음 뿐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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