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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발의 노부부 오지 선교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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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 백발의 노부부 오지 선교 여정

-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





화면 멀리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들과 네팔 현지인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의료팀이 장비를 이고 묵묵히 산길을 올라간다. 그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백발의 노부부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언뜻 봐도 힘들어 보이는 산악 행군 길을 마치 어느 한적한 오솔길에서 데이트하듯 걷는다. 소년과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닌 할아버지 강원희 선교사와 한평생을 함께 한 최화순 사모의 수줍은 미소는 히말라야 구름 위에서 세상을 향해 뿌려진다.

히말라야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베이스캠프에는 한국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환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루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는 강 선교사는 몸은 피곤하지만 특유의 개구쟁이 표정으로 환자들과 시간을 나눈다.

앞머리로 이마를 살짝 가린 40대 여자는 이른 아침부터 강 선교사를 찾아왔다. 여기저기가 아프다지만 정작 아픈 데는 따로 있는 듯하다. 그녀의 앞머리를 살짝 들춰본다. 이마에 나 있는 자두만한 혹이 검붉다. 평생 받은 다른 이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리라. 이번에는 인자한 아버지의 미소로 수술 날짜를 잡아 준다.

딸과 진료소를 찾은 어느 중년 부인은 오지에서 대화상대를 처음 만난 것처럼 끊임없이 강 선교사에게 엄살을 부린다. 가슴이 답답하다느니 머리가 아프다느니 주저리주저리 한다. 그런 그녀의 상태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정작 치료해야 하는 부분은 손등에 난 작은 고름이다. 고름을 빼다가 한 줌의 피가 쏟아진다. 엄마를 진정시키기 위해 엄마의 눈을 가린 채 지켜보던 딸은 피를 보자 오히려 쇼크로 쓰러진다. 진료소가 비상이다. 의료기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쇼크 환자는 자칫하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간호사로 50여년간 강 선교사와 함께한 최 사모의 침착함이 빛을 발한다.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고 난 다음 진료소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 강 선교사 부부는 마치 원래부터 그들과 함께 나고 자란 것처럼 자연스럽게 히말라야의 아픔과 삶을 나눈다. 생선의 가운데 토막이 가장 귀하다는 강 선교사의 말처럼 복음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그의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절을 주님께 바치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닮아 있다. 인생의 종반부에서 주님의 감사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표정이다.

2009년 기독교영화 ‘소명’으로 극장가를 강타한 신현원 감독은 오늘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를 세상에 내놓는다. 아마존 강의 100여명도 채 되지 않는 ‘바나와’ 부족에게 그들의 언어로 성경을 만드는 강명관 선교사의 이야기 ‘소명’. 필리핀의 작은 섬마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축구공 하나 달랑 들고 찾아간 강성민 선교사의 여정 ‘소명2-모겐족의 월드컵’, 그리고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까지 소명 3부작은 오지에서 소외받는 자들과 소통하는 선교사의 여정을 다뤘다.

하루의 진료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설 즈음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한다. 손이 문틈에 낀 사고를 당한 한 소년이 급하게 진료소를 찾았다. 마취를 해야 하지만 약품이 없다. 생살을 꿰매야만 하는 강 선교사는 아이의 고통이 자기 것인 양 아이와 표정을 함께한다. 그런 할아버지의 고마움을 느낀 아이는 아픔을 참아낸다. 둘의 입장은 다르지만 표정은 같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아픔을 보듬는 주님의 안타까움이다. 또 아이에 대한 배려다. 영화의 해설은 배우 신애라씨가 맡았다. ‘명품 다큐’를 보는 듯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히말라야의 순수한 백설이 시원하게 펼쳐진 화면과 그에 어우러지는 플루트 선율은 이 영화를 즐기는 덤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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