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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속사람을 분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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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람을 분별하는 법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영혼상태에서는 사람이 훨씬 똑똑해진단다. 성서에 나오는 말도 아니요, 저명한 신학자의 이론도 아니다. 드라마 ‘49일’의 ‘스케줄러’ 말이다. 21세기 저승사자는 더 이상 시커먼 옷을 뒤집어쓰고 사후세계로 영혼을 ‘인도만’ 하는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다. 형형색색 스타일리시한 옷을 갈아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며 스마트폰으로 운명이 다한 사람들의 스케줄을 체크하는 폼 나는 인물로 거듭났다. 지난 겨울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시크릿 가든’도 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영혼의 문제를 다루더니, 이번 49일은 원래 계획에 없던 죽음에 직면한 코마 상태의 한 아가씨의 영혼이 회생하기 위한 49일간의 사투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 드라마를 두고 성서적 근거나 진위 여부를 따질 일은 아니다. 그저 인간의 육체가 얼마나 많은 진실들을 가리고 포장하고 왜곡하는 껍질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묵상해보고자 한다. 여주인공 지현은 식물인간 상태일 뿐 아직 심장은 뛰고 있는 뇌사상태이다. 그런 그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와 형제를 제외하고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울어주는 세 사람의 눈물을 모으는 것이란다. 스케줄러의 그 말에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자신하던 지현이었다. 약혼자 민호와 절친 인정의 눈물은 ‘떼논 당상’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한 사람 정도만 더 구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영혼이 되어 자유자재로 민호와 인정의 대화를 듣게 된 지현이 알게 된 것은 이 두 사람은 서로 연인이었고, 지현 아버지의 회사를 노리고 약혼자는 계획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이다. 진실을 알고 나니 자신이 누워 있는 병상 옆에서, 그리고 지현의 부모님과 다른 지인들 앞에서 흘리는 민호와 인정의 눈물이 너무나 가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분노에 펄펄 뛰는 지현에게 스케줄러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자기 장례식장 안 가보고 저 세상 올라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거야.” 

사람이 그렇다. 한 길 사람 속을 알 방법이 없다. 자꾸 겉껍질에 속는 것이 ‘이 동네’(스케줄러의 표현이다) 사람들의 한계다. 더구나 ‘육체문화’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이고 보면 이는 더 난감한 과제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는 더 젊어 보이라고, 더 날씬해지라고, 더 멋져지라고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나고, 이에 반응하며 겉사람 꾸미기에 대한민국이 온통 야단법석이니, 사람 속의 진심을 가리는 일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사람의 중심과 진심을 헤아리는 것은 우리가 영혼상태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죽했으면, 사무엘조차 다윗 형들의 수려한 용모와 키를 보며 ‘이 자가 이스라엘의 왕으로 적합한 인물이구나!’라고 착각했을까.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편견 덩어리인 우리의 육체를 게껍질같이 훌훌 벗어 내던지지 못할 바에야 결국 하나님의 시각으로 사람을 보는 지혜를 달라고 계속 기도하며 살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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