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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험 사회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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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사회의 깨달음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설마하며 지켜보았는데 이제는 확실히 대형 사고가 되었고,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만 문제로 남았다. 가장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복구에 1년 이상 걸리며, 이는 그동안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재난은 이제 우리의 일이 되고 말았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에서도 원전 사고가 있었다. 당시 56명이 사망했다. 20만명 이상 피폭되었으며, 그중 2만5000명이 후에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체르노빌은 원전 사고의 대명사가 되었고, 원전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를 바꾸어 놓은 시금석이 되었다. 

체르노빌에서 약 1500㎞ 떨어진 독일로 유학을 간 건 1989년이었다.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의아하게 느낀 것 중 하나가 체르노빌 사건이 독일인의 사고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독일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통해 방사능의 피해를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독일인의 사고에서 체르노빌로 대표되는 86년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해 이러한 사고를 대표하는 저작이 나타났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라는 책이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험’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과학이 발전하여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이제 그 발전된 과학이 가져다주는 위험이 이 사회를 덮친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이고, 그 불안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이제 사회는 부자가 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전을 위해 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년이 지났지만 지금 우리는 이 두려움에 갇혀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이 위험을 경험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보여준 위험을 가까이에서 겪었으면서도 원자력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좁은 대한민국 땅 안에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어놓고,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에서 원자탄이 개발되었을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두려워할 줄은 알면서 우리 안에 있는 21개의 후쿠시마에 대해서는 두려워할 줄 모르고 있다. 

후쿠시마는 현실이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그 위험의 실체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작든 크든 이제 핵의 문제가 ‘우리의 위험’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울리히 벡이 말하는 위험사회에 이제 우리도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기술로 지어놓은 이 바벨탑이 무너진 현장에서 새로운 생각의,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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