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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의 상상력, 살리는 일에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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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 살리는 일에 써야 

-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엄마, 키스방이 뭐야?” 집 근처 전철역을 지나는데 불쑥 아들아이가 묻는다. 고개를 들어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커다란 간판에 그리 쓰여 있다. “응, 아마 큰 형아랑 누나가 연애하면서 길거리에서 뽀뽀하기 부끄러우니까 저런데 들어가나 봐. 노래방 같이.” 정말 그렇게 생각되어 그리 설명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이런 저런 걱정들을 나누다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하긴 몇 해 전 사행성 도박공간이라는 ‘바다이야기’를 보고, 무슨 프랜차이즈 횟집인줄 알았으니까. 키스방의 실태를 보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참으로 끝을 모르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고 싶었을까? 그런데 참 어이없게도 아직 단속할 법이 없어 나름 ‘합법적’인 업소라고 한다. 불법단속을 피해 돈 벌 궁리를 하는 데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발하게 써버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탁 막혔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운명’적 존재인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인간에게는 유독 하나님을 닮은 ‘창조력’이 선물로 주어졌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은 유일하게 ‘함께 사는 방식’인 제도를 만들어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인 문학, 그림, 음악 등의 예술을 지어왔다. 동서고금 그 상상력은 참으로 놀랍고 감탄할 만한 것이어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인간의 위대함을 절감하곤 한다. 그런데 이 상상력과 창조력이라는 것이 정해진 원칙이 없다 보니 아름답게도 작용하지만 참으로 사악하게도 발현되는 법이다.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고 그걸 맘껏 쓸 수 있는 자유까지 선사받은 인간인데…. ‘돈’이 ‘선’이 되어버린 요즘 그 멋진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지어내는 인간의 창조물들이 너무나 어이없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껏 폭력물, 선정물을 상상하고 글로 쓰고 그걸 또 돈을 들여 제작하고 방영해놓고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폭력적이고 퇴폐적이라고 걱정하는 어른들이다. 부수고 때리고 죽이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을 보급하고 홍보하면서, 한편으로 아이들이 사고할 줄 모르고 즉흥적이고 동물적 감각으로만 행동한다고 개탄하는 어른들이 어이없다. 한 생명 한 생명 모두가 하나님께 부여받는 고유의 장점이 있고 이 땅에서의 귀한 사명이 있을 터인데, 이 아이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쭉 줄지어 세워놓고 꼬리부터 얼마간을 잘라서 못쓸 물건 내어버리듯 배제하는 교육제도는 어쩌다 상상하게 된 것일까? 

키스방이 불법이 아니라 단속을 못한다지만 실은 어쭙잖은 변명일 뿐이다. 옳지 못한 실천이다 싶으면 이를 제제할 법을 만들면 될 일이다. 상상력과 창조력은 생명을 살리고 보듬고 자라게 하는 데 쓰라고 하나님이 부여하신 인간의 놀라운 능력이다. 이것으로 제발 아름다운 제도, 사람들도 만물도 공생하는 삶의 방식,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사회를 지었으면 한다. 젊고 예쁜 생명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내지르는 한 엄마의 비명이고 신학자의 소망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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