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새 가족의 선포

첨부 1


새 가족의 선포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혈육 간은 아니지만 엄마와 딸이 되기로 결심한 모녀가 있다. 드라마 ‘가시나무새’의 윤명자와 서정은이 그렇다. 여배우로서 성공의 길을 멈출 수 없어서 잘못인 줄 알면서도 몰래 낳은 딸을 버리고 거짓된 삶을 살아온 명자. 인기도 미모도 다 사라진 노년의 어느 날, 미혼모가 되어 갓난아기를 안고 찾아온 딸 정은을 대면한다. 마치 스물다섯 해 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딸과 손녀를 거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손녀는 친손녀가 맞는데, 정은이는 친딸이 아니란다. 자신의 친딸인 유경이 아기를 버리고 도망가면서 친구인 정은의 이름표를 달아놓았다고 한다. 미혼모도 아니면서 사회적 편견과 육아의 짐을 오롯이 떠안은 정은이 가여워 혼자 털고 떠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은이 말한다. “고아로 자라면서 너무 외롭고 무서웠어요.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났어요. 집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밤에 갈 데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결심했다. 내 새끼 삼기로. “그래. 하자. 우리 살면서 한번도 못해본 역할이지만 하자, 엄마와 딸.” 그렇게 명자는 다시 부여된 기회에 감사하며 정은을 딸 삼았다. 아빠 없이 아이를 낳아왔다고 정은의 뒷말을 하는 올케의 머리채를 쥐어 잡으면서 “나 뭐라는 건 참는데, 내 새끼 뭐라는 건 못 참는다”며 정은의 편이 되어주었다. 

어쩌다 몰래 그런 명자의 모습을 바라본 정은의 눈이 촉촉해졌다. 드디어 엄마가 생긴 거다. 내 자식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든든한 이름, 엄마! 나도 이제 그런 엄마가 생겼다. 그런데 그 엄마가 한번은 그런다. “내가 말했나? 살려줘서 고맙다고.” 정은이가 딸로서 명자를 찾는 순간 명자를 살렸다고 한다. 세상에 소망을 두지 않고 삶의 집착도 끊은 채 작은 단칸방에서 술에 절어 늙어가던 명자에게, 손녀를 안고 엄마를 찾아온 딸은 그녀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친구의 딸 한별이를 키우는 동안 정은 역시 한별이가 자신이 사는 이유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한별이의 친모 유경이 7년 만에 나타나 아이의 주변에서 서성거리자 난생 처음 서슬이 시퍼래져 협박을 했다. “나, 예전의 울보 바보 서정은 아니야. 나 엄마야! 누구든 내 딸 다치게 하면 머리털을 다 뽑아버릴 거야.” 명자가 정은을 지키기 위해 품었던 마음을 꼭 닮아 이제 정은이가 한별이를 지켜내기 위해 그리 용감해졌다. 

피가 섞이고 유전자를 나누어야 그게 가족일까? 외롭고 서러운 누군가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딸이 되어주고, 서로에게 사는 이유가 되어주는 이름. 그렇게 삶과 희망을 나누는 이름이 가족일진대, 그런 새 가족을 처음 시작한 분이 예수님이시다. “누가 내 어미요 누가 내 형제입니까?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마 12:48∼50) 

감히 다 헤아리기 어려운 ‘하나님의 뜻’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서로 보듬고 사는 것을 기뻐하시리라는 것이다. 결국 한 하나님에게서 나왔다는 고백은 우리 모두가 다 한 가족이라는 선포 아니겠는가. 지금 외롭고 두려워 삶의 희망을 포기한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에게 사는 이유가 되어주는 만남을 시작했으면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