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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의 윤리관, 소비자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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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교수(서울대 경제학과)

기독교인들은 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기업의 목적과 역할은 무엇인가? 이는 많은 기독교인이 갖고 있는 의문일 것이다. 특히 최근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이런 관심과 의문은 증폭되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면 기독교인 중에서도 기업을 이해하는 관점이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일쑤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제도는 가정, 교회, 국가, 그리고 기업이다. 이 가운데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께서 직접 만드신 제도다. 그러나 국가나 기업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제도다. 그리고 개인이나 교회와 달리 기업이나 국가는 역사의 어느 시기에 일시적으로만 활동하도록 허락된 제도다.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심판 때에 개인을 심판하시지만 기업이나 국가를 심판하시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개인이나 교회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윤리다. 예를 들어 로마서에서는 국가를 평가하는 잣대를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수준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롬 13:1∼7).

가장 선하게 살아야 할 주체는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교회의 순이다. 그 다음으로 국가이고 마지막으로 기업일 것이다. 교회와 가정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최선의 삶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 거기에는 이기심도 없고 오로지 섬김과 사랑의 원칙만 적용되는 제도 공간인 동시에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가장 적은 곳이다. 또한 가정, 교회, 국가는 경쟁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반면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 늘 직면해 있다. 노동자와 기업가, 그리고 주주와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들간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곳이 기업이다.

성경에서는 국가나 기업과 같은 상대적인 제도를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이 범법행위나 반(反)윤리적인 행동 없이 이윤을 창출한다면 그 기업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본적인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용이 유지·증대되며 다른 사람들이 소비할 재화나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이 비윤리적인데 기업만 윤리적으로 경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 장렬히 전사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명한 시민들은 기업의 윤리 경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소비자가 더욱 윤리적이고 투자자가 더욱 윤리적이면 기업들은 알아서 윤리적이 된다. 그것이 기업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인들이 윤리적으로 소비하고 투자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 추구 사이의 갈등은 줄게 된다. 그리고 가장 바뀌기 어려운 기업이 변한다면 사회의 윤리 수준은 이미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런 사회를 꿈꾸며 자신부터 윤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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