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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림 한 폭에 담긴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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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in-행복人-행복印(4) 

그림 한 폭에 담긴 영성

- 송길원 목사 (가족생태학자·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찬아, 준아. 옛날에 현자 한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어. 그런데 어디에선가 슬프디 슬픈 한 여인의 흐느낌이 들리지 않았겠니? 길을 걷던 현자는 그 소리를 따라 가 보았어. 그랬더니 한 여인이 땅을 치며 통곡을 하고 있는 거였어. 너무 안 돼 보였던 현자는 그 여인에게 다가가 물었지. ‘무엇이 그렇게 슬프게 만들었나요?’ 그러자 그 여인의 대답이 뜻밖에도 이러는 거야. 오래전에 남편을 바다에서 잃었대. 그런데 큰 아들이 바다에 가서 파도가 삼켜 버렸고 둘째 아들마저도 그 바다에서 폭풍과 함께 사라졌다는 거야. 셋째 아들만큼은 바다에 내보내지 않으려고 땅에서 살자고 했지만 끝내 바다로 나갔다가 얼마 전 실종되었다는 거야.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겠니? 현자마저도 이런 상황에서 말을 잃고 말았어. 뭔가 말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드는데 마침 여인의 뒤로 그림 한편이 눈에 띄는 거야. 현자가 물었어. 저 그림은 무엇이냐고. 그러자 그 부인이 하는 소리가 자기가 시집을 오던 20수년전부터 저기 걸려 있었다는 거야. 현자는 그제야 무릎을 쳤어. 그 자녀들이 왜 바다로 달려 갔던 지를 알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현자는 이렇게 말했어. ‘저 그림이 당신이 사랑하던 그 자녀들을 바다로 내몰았군요.’ 뜻밖의 이야기에 놀란 부인이 묻지 않았겠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그러자 현자가 하는 소리가 그랬어.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자녀들은 바로 저 그림을 보고 바다에 대한 꿈을 키웠고 바다가 부르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거지요.’ 그제야 그 부인은 그 그림을 떼어 땅에 내동댕이쳤지만 죽은 자식을 살려 놓치는 못했어.”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은 어느 날 친구의 사무실에서 포스터를 보게 됩니다. <탕자의 귀향>이었습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놀랍니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울고 싶게 만들어요.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고 해야 할까.” 그는 끝내 그림의 원화가 있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찾습니다. 하루 종일 그림을 들여다 본 그는 사흘 뒤 또 그림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해서 한 장의 그림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됩니다. ‘이미지’가 영성(靈性)으로 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자주색 망토를 걸친 남자가 남루한 차림으로 무릎을 꿇은 소년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림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뜨거운 친밀감, 붉은 망토의 온화한 톤, 소년의 겉옷에서 반사되는 황금빛, 그리고 양쪽을 한꺼번에 휘감고 있는 신비로운 광채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찍이 느낀 적이 없는 감동을 주었던 건 무엇보다도 소년의 어깨를 감싸 쥔 노인의 두 손이었습니다.”

한 손은 거칠고 투박합니다. 한 손은 여성의 손처럼 그렇게 고울 수 없습니다. 대조는 또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탕자를 포근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를 거의 장님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주변인의 멀뚱거리는 눈과 비교됩니다. 탕자의 귀환의 진정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들과 달리 아버지는 그리움이 쌓인 눈길로 아들을 내려다봅니다. 

아, 또 있습니다. 그림을 보며 눈만 깜박거리다 지나쳐 버리는 우리와 달리 그림 속에 녹아 있는 63년의 세월의 깊이 말입니다. 

“렘브란트는 63년을 살면서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가 세상을 떠나는 걸 목격했을 뿐 아니라 세 아들과 두 딸, 그리고 함께 살았던 두 여인의 죽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그 뼈아픈 슬픔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지만 <탕자의 귀향>을 보면 그가 얼마나 눈물을 쏟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제 우리는 만물 속에 새겨진 하나님의 지문을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지 영성에 눈을 떠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는가? 

부서지는 파도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갓 태어난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장미 한 송이 혹은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인물, 아름다운 노래, 계절의 변화 가운데서는? 

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또한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대화에서 그 분을 맛보지 않는가?”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여 봅니다.

“누가 쓴 글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작은 글에서 행복을 깨닫지 않는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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