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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화 사회의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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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회의 도덕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컴퓨터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요즘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인 PC는 과거의 사양에 비하면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과거 영화에 나오던, 한 공간을 가득 채우던 컴퓨터들도 요즘의 PC에 비하면 고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만큼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지고, 무엇보다도 저장 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가 대용량화되고, 속도와 기술이 발전되고, 더 나아가서는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킹이 되면서 이제는 정보가 집중화되고 있다. 어쩌면 한 컴퓨터 안에 전 국민의 정보를 다 넣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되다 보니 일부 소수에 의해 대중이 움직여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 바로 이번 은행들의 정보유출과 전산망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사건에서는 180만명의 정보 중 일부가 유출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현대카드 사용자 900만명의 정보도 안전하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농협의 전산망 문제도 간단하지는 않다. 축적된 자료가 사라져 어쩌면 카드사용내역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고, 한동안 은행거래가 안 돼서 급하게 돈을 사용해야 했던 고객들은 큰 낭패를 겪기도 했었다.

문제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일들이 알고 보면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사건은 알지도 못하는 해커에 의해 이루어졌다. 분명 해커는 이 회사에 침입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제3의 장소에서 편안하게 이 정보를 도둑질했을 것이다. 농협사건에서는 한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이 심어져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노트북에 연결되었을 한 USB 메모리를 통해서 ‘rm dd’라고 하는 삭제명령이 작동되어 이렇게 허무하게 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결국 정보가 한 곳에 집약되고 그 정보가 악용되었기 때문이다.

정보는 분명 큰 힘이다.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 준다. 나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내 생일에 축하메일도 보내주고, 심지어 할인혜택도 준다. 나와 거래하는 회사에 전화를 하면 어느덧 내 이름을 대며 내 정보에 걸맞은 안내를 친절하게 해 준다. 회사는 수백만, 수천만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힘이다. 이것으로 회사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여 영업 전략을 다시 짤 수도 있고, 각 개인들에게 맞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이와 같이 권력이다.

문제는 이 권력에 도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신용을 맡겼다면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에게 쉽게 내준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쉽게 무너졌으니, 이는 처음부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물건도 아니고, 그것이 활용되기 전까지는 물적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발전할수록 정보는 점점 큰 권력이 되고 있다. 무소불위하신다는 하나님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이러한 권력에 도덕이 없다면 사회적 토대마저도 무너뜨리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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