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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땅끝 일기] 우리집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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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우리집 천사들 [2011.05.04 18:10]





우리 집에는 천사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집에 사는 천사들을 자신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부를지 모르지만 우리는 천사라고 부릅니다. 형록이 성주 수미 건혁이 성임이 그리고 희준이 은빈이.

비록 한글을 깨우치거나 숫자를 10까지 알거나 자신의 이름을 쓰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토끼가 좋아하는 풀의 종류라든지, 염소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든지, 닭들이 홰칠 때가 언젠지 등을 정확히 압니다. 또 정신없이 짖어대는 어미 개를 달래서 개집에 들여보내는 일, 민들레와 같은 꽃을 밟고 지나가지 않는 방법 등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최고인 우리 아이들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도 아직 화장실에 혼자 다니기 힘들어 끝까지 참다가 가끔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냄새난다고 핀잔을 듣기는 하지만 그때 잠깐입니다. 그처럼 우리 아이들 맘은 천사가 시샘할 정도로 착하답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형록이

형록이랑 성주 수미는 고등학생, 건혁이는 중학생, 성임이는 고등학교 졸업은 했지만 여전히 어린천사입니다. 희준이 은빈이는 남매로 희준이는 6학년 은빈이는 중학생이 되어야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 우리 아이들은 천국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모님 저…기, 음… 새로 나온 노래가 있는데 들어봐봐. 내가 불러줄랑께….”

트로트를 좋아하는 형록이고요.

“뭐시기 그랑께 그래가꼬 잉∼뭐드라… 오메 까묵었구만….”

늘 까먹는 수미고요.

“사…사…사무이(사모님) 헝로기(형록이) 꽝…(때렸다는 뜻) 우이…. 나…뻐 에수이(예수님) 안대(예수님도 안 된다고 하실 거란 뜻).”

지적장애에 언어장애까지 있는 성주고요.

“돼지꼬맹이 사무님… 돼지꼬맹이 돼지꼬맹이 사무님….”

지적장애에 자폐까지 중증장애를 가진 희준이와 은빈이는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벽에다 머리를 부딪치거나 자기의 머리카락을 뽑기도 하지만 우리 은빈이는 누가 봐도 이제는 예쁜 공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희준이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멋진 아들로 커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중 한 녀석이 저에게 “사모님 하나님은 왜 저 친구들에게 장애를 주셨을까”라고 심각하게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뭐라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아마도 하나님은 우리가 아픈 친구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보시려고 친구들에게 장애를 주신 것 같아”라고 답했습니다.

저의 짧은 대답이 그 녀석 맘에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 모두 마음으로 다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대학에 가는 아들들 중에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아들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목포대 사회복지과 올해는 순천대 사회복지과에 진학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저는 약대를 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불러다 조용히 물어보았더니 우리 아들 연혁이 하는 말이 “어떤 사람은 사회복지과에 특별한 목표가 없이 갈 수도 있겠지만 전 우리 집에서 꼭 공부해야 할 것이 사회복지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 중에는 평생 우리가 보살펴야 할 그리고 함께 가야 할 아이들이 있잖아요.”

저보다 열배 아니 백배나 잘난 우리 아들 참 눈물나도록 자랑스럽습니다.

예쁜 공주가 되어가는 중증 장애 은빈이

오늘도 방과후 수업을 하지 않는 희준이와 은빈이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저에게 달려와 천사 미소로 인사합니다. 공부를 못해도, 남들처럼 건강하지 못해도, 말을 잘 못해도 이 아이들은 결코 그런 것으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우리가 잘 섬겨 주기만 하면 그들은 언제나 천국입니다. 천국은 섬기는 나라입니다. 그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국은 아름다운 나라인가 봅니다.

그리고 우리 ‘땅아교’는 지금 천사들과 천국을 살고 있습니다.


■ 김혜원 사모는

남편 배요섭 목사(전남 해남 땅끝마을 아름다운교회)만 보고 서울에서 땅끝마을 송호리로 시집왔다가 땅끝 아이들의 ‘대모’가 돼 버렸다. 교회가 운영하는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50여명의 엄마로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푼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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