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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네마-킹스 스피치] 우정과 사랑으로 소통한 말더듬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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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기의 溫 시네마-킹스 스피치] 우정과 사랑으로 소통한 말더듬이 왕

-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만일 당신이 타고난 음치에 박치지만 반드시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숨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나설 것인가.

어안렌즈를 통해 보이는 마이크로폰은 화면 가득 유난히 볼록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아나운서는 대영제국박람회의 클로징 생중계를 준비하고, 알버트 왕자는 장내 연설을 위해 대기 중이다. 아나운서는 침착하고 여유로운 반면 왕자는 그의 아내에게 기댄 채 불안해 보인다. 생중계가 시작되자 BBC 방송 특유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아나운서 목소리가 방송국 실내에 내려앉는다. 반면 알버트 왕자의 음성은 더듬더듬 장내에 울려 퍼진다. 이내 사람들은 애써 실망을 감추며 외면한다.

‘킹스 스피치’는 2011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블랙 스완’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결국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영화의 주요 부문상을 독차지한다. 이 영화는 불완전한 한 개인의 감춰진 자아를 찾는 여정이자 관계를 통한 소통의 리더십을 말한다. 알버트는 부친인 조지 5세 국왕에게 가장 신임을 받는 왕자지만 동시에 형인 데이비드에게 놀림을 받는 말더듬이다. 수많은 공식행사와 사교모임에 참석해야만 하는 알버트에게 말을 더듬거리는 것은 요리를 못하는 요리사와 다름없다. 이런 그를 치료하기 위해 아내 엘리자베스는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보지만 별 성과가 없다.

로건은 이들 왕자부부와는 전혀 신분이 다른 호주영어를 쓰는 아마추어 배우 출신의 언어치료사다. 알버트가 로건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은 극중에서 가장 긴 시퀀스 중에 하나다. 둘은 서로 마주앉아 치료가 아닌 대화를 나눈다. 알버트는 화면 왼편으로 보이고 로건은 오른편에 위치한다. 알버트 등 뒤로 보이는 벽면은 마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알버트는 다섯 살 무렵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의 존재를 자각했을 때부터 자신감을 잃고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한편 로건은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젊은 군인이 말을 잃는 것을 보고 그들이 체험한 공포를 들어줄 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영화의 심플한 플롯은 두 인물의 관계를 점층적으로 발전시켜 조지 6세가 성공적으로 연설을 마치는 클라이맥스에서 극적인 감동을 증폭시킨다. 영국 특유의 고전적인 코스튬과 베토벤 음악,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인물이 도드라져 보이는 왜곡된 화면 구성과 로 앵글은 ‘킹스 스피치’를 스타일리시한 클래식 영화로 만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콜린 퍼스의 말더듬이 국왕 연기는 단연 돋보였지만, 만일 아카데미에 재발견상이 있다면 단연코 로건을 연기한 호주 배우 제프리 러시와 퀸 엘리자베스역의 헬레나 본 햄 카터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현재의 왕가 사람들의 성격과 말투를 영화 속의 그것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주 영국에서는 윌리엄 왕자와 평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으로 세계를 열광시켰다. 조지 6세는 2차 세계대전을 선포하는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국민을 향해 손을 흔들며 위로했지만 윌리엄 왕자 부부는 발코니 키스를 선보인 것이 다를 뿐이다. 그때는 국민을 이끄는 것이 목소리를 통한 정치였지만 지금은 이미지가 덧붙여진다.

또 이때 조지 6세는 화면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로건은 왼편에 서 있다. 달라진 둘의 위치를 통해 서로가 소통함으로써 관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조지 6세가 그 자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와 국민들의 사랑 때문이었다. 곳곳에 숨겨진 유머와 따뜻함이 넘치는 영화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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