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십자가 사건은 한국교회 밖의 일

첨부 1


십자가 사건은 한국교회 밖의 일

-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문경의 십자가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시도되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살이라면 단독실행인지 아니면 조력자 혹은 방조자가 있었는지, 타살이라면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건현장을 처음 발견한 전직 목회자의 직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첫째, 문경의 십자가 사건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모방했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상흔(傷痕)을 그대로 따랐다. 가시관을 썼고, 손과 발에 못이 박혔고, 옆구리에 자상(刺傷)을 입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처럼 바위 무덤에 묻히기를 원했는지, 죽음의 장소도 바위산이었다. 

둘째, 하지만 문경의 십자가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죽음의 형식은 모방했으나 내용은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비록 피해자가 예수 그리스도 죽음의 상황을 완벽하게 모방했다고 하더라도, 구원과 소망을 가져다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는 달리, 교회와 사회에 탄식과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생명살림의 사건이지, 사회적 통념과 성서의 가르침을 벗어난 생명파괴가 아니었다. 

셋째, 부활은 스스로의 죽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부활의 주관자는 예수 그리스도다. 그분의 시간에 그분의 뜻대로 부활은 이루어진다. 사람 스스로 그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우리의 의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그분의 다시 오심을 소망 속에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의 건강한 종말론적 신앙이다. 타인에 대한 폭력과 자신에 대한 폭력이 합리화될 수 있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은 없다. 

넷째, 피해자의 죽음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비기독교적인 소셜 네트워크 활동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역기능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기독교적 소셜 네트워크로 인한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익명성을 전제로, 사이버 공간을 통한 무분별하고 대안이 부재한 교회비판과 교리비판은 감수성이 예민한 다음세대와 공허함 속에 절망하는 현대인들을 언제든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교회 밖의 이단들도 문제이지만, 교회 안의 신비주의적 열광주의도 이참에 점검해야 한다. 문경의 십자가 죽음은 교회의 신앙과 사회의 통념으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비기독교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이다. 즉 한국교회 밖의 일이다. 교회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이단들도 문제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왜곡된 사랑을 앞세워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하는 교회 안의 신비주의적 열광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합일(Union with God)을 평생 꿈꾸었던 중세교회의 대표적인 신비주의자 버나드는 최고의 사랑에 대해 “하나님을 위해 못난 자신마저도 사랑하는 단계”라고 했다. 소중한 생명을 경시한 문경 십자가의 죽음은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합일(合一)은 아니었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