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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얼음골에 누운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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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에 누운 스승 

- 최요한 목사 (남서울비전교회)


경상남도 밀양에 가면 얼음골이 있다. 얼음골은 천황산(1,189m) 북쪽 기슭에 3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로,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곳이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살얼음이 끼기 시작해, 8월이면 계곡 바위틈마다 석류알 같은 얼음이 박힌다. 이러한 현상이 9월까지 계속되다, 처서(處暑)가 지나 찬바람이 불어오면 얼음이 녹고, 겨울이면 바위틈에서 15℃ 내외의 따뜻한 공기가 새어나오는 이상기온현상이 일어난다. 이 얼음골 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아래 천연의 동굴이 보이는데, 바로 이 동굴이 동의굴이다. 매우 평범해 보이는 굴이지만 이곳이 우리나라 의학사상 최초로 시신의 해부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의성 유의태가 자신의 제자인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하도록 맡긴 곳이다. 

유의태는 조선 중기 선조 때의 명의로서 의학과 약학을 연구하여 한국의학의 근간을 세운 의학계의 선구자이다. 그는 허준을 제자로 삼아 자신의 모든 의술을 아낌없이 전수하여 주었다. 당시 유의태는 천하의 명의로 명성을 떨쳤지만, 반위(위암)만은 고칠 수가 없었다. 사람의 배를 갈라 보면 어느 정도 치료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당시의 법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의태는 자기 자신이 반위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대신 그 진행 과정과 증상을 관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관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도 반위에 걸린 위를 직접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치료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기 몸을 내 놓기로 결심한다. 

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이었다. 유의태는 무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있는 밀양의 얼음골을 찾아낸다. 일을 결행키로 작심한 그는 스스로 해부 도구를 챙겨서 들어간다. 그리고는 제자인 허준을 부른다. 허준이 스승이 오라 한 얼음골에 도착하자, 이게 웬일인가? 스승이 방금 동맥을 끊고 자결하여 반듯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동맥이 끊긴 손목은 물이 담긴 대야에 담궈져 있었다. 피가 많이 쏟아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고, 숨을 거둔 지 오래된 시신은 큰 도움을 줄 수 없었기에 허준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자진한 것이었다. 

스승은 살아 있는 위를 보게 해주고 싶었고, 아직 굳지 않은 인간의 몸속을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제자인 허준을 통해 반위를 고칠 수 있는 의술을 꼭 찾아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스승의 머리맡에는 편지가 한 장 놓여있었다. 사람의 병을 다루는 자가 신체의 내부를 모르고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으니 비록 병든 몸이나마 너에게 주니 정진의 계기로 삼으라는 내용이었다. 유서 앞에 꿇어앉은 허준은 스승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의원이 되겠다고 맹세를 하고는,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여 오장육부와 인체내부를 공부하였다. 이와 같이 스승의 살신성인의 덕택으로 명의가 되어 불후의 의학서적인 <동의보감>을 저술하게 되었다.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에게서 제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참된 스승이 되고 싶다면 제자를 위해 자기희생의 헌신을 해야 한다. 제자의 영혼을 위해 눈물과 땀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럴 때 제자들이 자라 세상을 빛낼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스승의 주일을 맞이해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제자들의 영혼을 품고 기도하는 참된 스승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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