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돌봄’ 생명의 공통능력

첨부 1


‘돌봄’ 생명의 공통능력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주일이면 아이와 함께 꼭 ‘동물농장’을 챙겨본다. 아홉시 예배를 드리는 터라 생방송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다시보기’로 보는데, 이제는 거의 정기행사가 되어 버렸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기가 차게 감동적이다. 버리고 떠난 주인을 같은 자리에서 10년 동안 기다렸다는 개부터 시작해 자기 몸집보다 서너 배는 큰 강아지들을 자기 새끼인 양 품는 별난 닭, 유독 약한 닭 한 마리를 제 등 위에 태우고는 늘 보살피고 먹이는 타조, 오리 군단의 보살핌을 받는 새끼 돼지…. 볼 때마다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데, 오늘 방송에는 효심 지극한 아들 강아지가 등장했다. 아마 가정의 달에 맞춘 듯하다.

올해로 열세 살이라는 늙은 엄마 개 ‘해피’는 여섯 살 난 아들 개 ‘펭귄’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는다. 주인 말에 따르면 ‘펭귄’은 두 번이나 근처 이웃에게 분양되었는데 식음을 전폐하고 안절부절못하다 급기야 탈출하여 다시 엄마를 찾아온 효자란다. 주인이 일하러 나간 사이 동네 ‘마실’을 다니는 이 모자견은 어느새 그 일대 명물이 되었단다.

개 두 마리가 매일 돌아다닌다 하여 그 자체로 유명세를 탈 일은 아니다. 이 모자견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유는 아들 ‘펭귄’의 남다른 효심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관절도 아프고 절뚝절뚝 느리게 걷는 엄마를 뒤에서 부축하기도 하고 앞에서 끌기도 하면서 동네 산책을 다니는데, 먹을 것을 주는 친절한 이웃을 만나면 언제나 엄마부터 드시라고 옆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해피’가 충분히 먹었는지를 다 살핀 뒤에야 남긴 것만 먹는다는 ‘펭귄!’ 아무리 맛난 것도 한결같이 엄마에게 양보하는 그 정성에 이웃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행여 지나가는 행인이나 견공이 ‘해피’에게 접근이라도 하는 경우엔 순해 보이던 ‘펭귄’이 사납게 이빨을 드러낸다. 함께 시청하던 아들 녀석 표정이 머쓱해질 정도로 펭귄의 ‘엄마사랑’은 참으로 대단했다.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세계요, 젊은 생명이 늙은 생명을 밟고 서는 세계라고 말이다. 그게 자연법칙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사람들의 편견이지 싶다. 물론 먹이사슬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나,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배고프지 않고서는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더구나 남보다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하여 생명을 해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동종 간에는(간혹 이종 간에도) 서로 돌보고 격려하며 신의를 지킨다. 로드킬을 당한 동료의 주검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곁을 지킨 견공들의 사례를 종종 기사에서도 보지 않던가.

어쩌면 ‘돌봄’은 하나님이 모든 생명에게 주신 공통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모성만으로 제한시킬 것도 아니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에게만 제한시킬 것도 아니다. 동료를 이기려는, 더 많이 가지려는, 내가 군림하려는 그 욕심을 내려놓고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공통능력! 그 ‘돌봄’이 가득하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곧 ‘도래한 천국’일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