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진정한 ‘동안’ 날마다 새로워지는 삶

첨부 1


진정한 ‘동안’ 날마다 새로워지는 삶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요즘엔 동안이 대세다. 오죽하면 ‘동안미녀’라는 드라마도 나왔을까. 34세 노처녀인데 열 살은 어려보이는 동안 덕분에 스물다섯 꽃띠로 우기고 산다. 어쩌다 한 회, 그것도 중간부터 본지라 무슨 이유에서 나이와 신분을 속이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얼굴이 받쳐주니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성격 못된 건 용서가 되어도 못 생긴 건 용서가 안 되고, 못 생긴 건 넘어가더라도 뚱뚱한 건 용납 못한다는 이 ‘상업적 응시’의 세상에서, 그 뚱뚱한 몸보다도 구박받는 외모가 바로 ‘노안’이란다. 하여 예전엔 ‘조숙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린 시절도 있었건만, 지금은 ‘확실한 욕’이란다. 

하긴, ‘노안’ 하면 나만큼이나 아픈 사람이 또 있을까. 기억을 거슬러보면 난 6세 때부터 ‘노안’의 압박 속에서 살았다. “아줌마, 양심을 좀 가져보세요! 얘가 어떻게 유치원생이에요?” 엄마 손 잡으면 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는 나이임에도 언제나 버스 안내양 언니의 구박덩이였으며,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혼자 버스 타고 학교 가는 길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심장이 콩닥거리는 긴장의 순간이었다. 초등학생 요금을 내고 타는 나에게 들려올 한 마디, “어머, 이 언니 웃겨?” 그 소리를 안 들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니 말이다. 뭐 거기서 끝났으면 그래도 괜찮은 인생일 텐데, 하필 결혼한 동갑내기 남편이 ‘최강 동안’인 거다. 미국에서 살 때는 남의 일에 관심 없는 문화 덕분에 그럭저럭 버텼는데, 귀국한 이래로 지나가는 아주머니들마다 내 등을 친다. “남편, 아니지?” “어머, 맞아? 노력 좀 해야겠다!” 언제 보았다고 “피부 관리도 하고 멋도 내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곁들이는 그분들을 보며 우리네 인심이지 싶어 마음은 쓰려도 꾹꾹 참았는데…. 

‘내가 성숙해서 그래. 어려서부터 생각하는 게 쭉∼ 성숙해서, 그래서 쭉∼ 노안인 거야.’ 그리 위로해 보아도 ‘동안’ 문화 속에서 ‘노안’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세상에 당당한 이유는 적어도 나는 다른 ‘동안법’ 혹은 ‘날마다 더 젊어지는 법’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날마다 죽는 나!”(고전 15:31) 그것이 바로 얼굴만, 몸매만 젊어지는 이 세상의 동안 열풍이 따라올 수 없는 ‘진정한 동안’의 비결이다. 10년 전 얼굴로 돌아간다고 내 인생도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시간을 뒤로 돌려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시 나이는 들기 마련 아니겠나. 그러나 매일매일 자꾸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은 다가오는 시간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다. 매일 매일, 오늘보다 내일 더 젊은 나를 살아가게 되는 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타협하려는 마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태도,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바꾸려는 ‘하나님 나라’ 정신을 상실해가는 일상, 이런 것들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매일 ‘나’를 죽일 때, 그리고 매일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며 새로이 태어날 때, 나날이 젊어지는 그 젊음을 누가 따라올 수 있으랴.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