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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상실과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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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상선 수리공으로 전 세계를 다니던 25세의 라몬 삼페드로. 그에게 바다는 영원한 자유를 주는 꿈의 공간이자, 단 1m도 움직일 수 없는 불행의 공간이었다. 29년 전, 그는 절벽 위에서 수심을 알 수 없는 바다로 다이빙을 하다 목뼈를 다쳐 전신마비가 됐다. 이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말을 하는 것 뿐이었다. 고개도 마음대로 돌리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그의 유일한 희망은 '안락사'라는 자살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변호사 줄리아는 국가를 상대로 한 라몬 삼페드로의 안락사 소송을 돕다 동병상련의 사랑을 느낀다. 또 한 여인, 전 남편에게 큰 상처를 입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던 로사는 우연히 TV에서 라몬을 보고 그를 찾아와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보살핌에도 라몬은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1998년 다량의 수면제 복용으로 세상을 떠난다. 실존 인물 라몬 삼페드로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씨 인사이드'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안락사의 인정여부 논란보다는 지금 우리 앞에는 각자의 운명이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누구에게 고난은 벼랑끝이 되지만, 누구에겐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역시 평생 병마와 싸웠다. 미우라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24세에 폐결핵이 발병해 교사직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척추 카리에스로 13년간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그 시간은 어떤 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그녀가 고통을 통해 인간의 구원,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다. 40도가 넘는 고열 속에서 성경 '욥기'를 읽으며 투병했고 그 가운데 글을 썼다. 마음 속에서 점점 커지는 빛, 그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1982년 직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만년에는 파킨슨병과 싸웠다. 그러면서도 9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쁨으로 작가활동을 했다. 

고난에는 슬픔과 고통이 반드시 따르지만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 또한 포함된다. 고난은 삶을 대하는 가치관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다가오는 운명이 어떤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운명보다 도전이, 능력보다 성취동기가, 환경보다 헌신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매일 쌓는 기도의 벽돌이 든든한 요새가 돼 이유 없는 불면의 밤을 내어 쫓길 소망할 뿐이다. "여호와는 나의 인자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의 산성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피난처시요 내 백성을 내게 복종케 하시는 자시로다"(시편 144:2) 

- 이지현 기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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