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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안에 숨겨진 거짓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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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겨진 거짓은 없는가 

- 유재성 교수 (침신대 상담학)

요즘 문화예술계가 뜨겁다. 대학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에 이어 유명 연극배우도 허위 학력 사실을 고백했다. 사회 도처에 거짓과 속임의 바이러스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의 이면에는 불안이란 정서가 깔려있다. 내 안에 있는 거짓의 실체가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가족치료학자 머레이 보웬은 사회적 현상과 개인이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다음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체 과장으로 있는 김병호(가명)씨는 연로하신 할머니가 쓰러진 후 불거진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병든 할머니 수발에 전념하는 어머니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래서 간병인을 고용해 할머니 수발을 들게 하고 어머니 자신부터 돌보시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어머니가 할머니에 대한 책임감과 병수발에 따른 피로감에 자녀들에게 불평을 털어놓으면서 가족간의 갈등이 증폭됐다. 김씨 역시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로 직장에서 갈등을 겪었다.

어떤 면에서 김씨는 진심으로 어머니를 염려했다. 그러나 내면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점차 허약해지고 자식에 대해 의존적이 돼가는 어머니를 보며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병든 할머니를 돌보듯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부담스럽고 두렵게 했다. 하지만 갈등이 증폭된 이유를 어머니의 탓으로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직면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김씨에게 어머니가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논쟁하는 것을 중단하고, 경청하고 공감해드리라고 충고했다. 또 할머니에 대한 어머니의 희생적 돌봄에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그렇지만 어머니도 중요하잖아요. 저는 어머니도 걱정돼요”라고 말하도록 했다. 결국 이런 접근은 어머니로 하여금 자식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리고 서서히 자기 자신도 돌볼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됐다. 이런 자기 변화과정을 통해 이들 모자는 불안한 감정을 서로에게 투사해서 거리를 두던 상태에서 진정한 자기성장과 사랑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김씨의 변화는 요즘 허위학력 파문으로 요동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짓과 속임은 객관적으로 밝혀지고 정리돼야 한다. 하지만 먼저 돌부터 던지며 비난하는 식의 감정적 반응은 피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안에 숨겨진 거짓에 대한 불안감의 집단적 투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개개인이 이 사건을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때 우리 가정과 사회는 한층 더 건강한 내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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