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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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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연(소설가)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계21:4)

살다보면 원하지 않은 고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때가 있습니다. 황량한 절망의 벌판에서 신음과 절규가 터져 나올 때가 있지요. 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 가볍게 끝나지 않습니다. 역경마다 그보다 큰 이득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고통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만 두렵다고 했습니다. 시편의 기자도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같은 동리에 살고 있는 친구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습니다. 친구는 두 마리 개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리라는 잡견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고, 얼굴엔 슬픈 기가 감돌았습니다. 또 한 마리 말티즈는 밝은 얼굴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날뛰며 주인을 성가시게 했고요.

두리는 잔인한 주인이 이사갈 때 버리고 간 개인데, 3년 동안을 동네에서 떠돌며 살았다고 해요. 사람에 대한 배신감인지, 경계심을 품고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사나웠다고 합니다. 친구는 그 불쌍한 개를 주시만 하고 있다가 몇 달 전에 먹이로 유인해 간신히 잡았다고 합니다.

눈물자국으로 눈밑이 자줏빛으로 패인 개는 떠돌이 때처럼 지금도 저녁 11시쯤에 한 끼만 먹는다고 합니다. 새 주인이 준 사료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고생도 모르고 얼굴에 그늘이 없는 말티즈보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붙임성 있는 두리를 훨씬 더 예뻐하고 좋아한다고 합니다.

고통 속에는 빛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탈출구가 없는 캄캄한 바닥에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일어서리라는 갈망 속에서 온힘으로 힘껏 살다보면, 어느 순간 하늘 문이 열리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따스한 손으로 눈물을 씻어주고 얼어붙은 찬 가슴을 품어주는 분을 만납니다. 다시는 쫓기며 눈치보지 않고, 굶주리지 않고, 추운 겨울밤에 식구들과 함께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는 그런 은혜의 때가 찾아옵니다. 새로운 삶의 길로 인도하시는 분, 그분은 생명의 주인인 사랑의 그리스도입니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예레미야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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