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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대도 저 나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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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소설가·소달중 교사)

“내가 토설치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시32:3)

그대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견고한 방어벽이 만져지듯 느껴집니다. 요즈음 제 주위에는 그대처럼 마음 문을 닫은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왜 그대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경계를 하십니까?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한 맹수마냥 으르렁대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직감합니다. 당신의 마음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감추고 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지요.

물론, 그대의 마음을 항상 활짝 열어놓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옷을 입어야 할 장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발가벗어야 자연스러운 곳도 있지요. 길거리에서 발가벗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반대로, 목욕탕 안에서 발가벗지 않은 채 바지만 겨우 걷어 올리고 목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이상한 사람이지요.

옷을 훌훌 다 벗어던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심리적 외투를 오히려 꽁꽁 여미는 그대를 바라보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제 그만 싸매고 벗어던지세요.

상처는 드러내 놓아야 치료가 됩니다. 꽁꽁 싸매어 놓으면 오히려 덧나지요. 고백된 상처와 노출된 감정은 이미 치료의 장으로 들어선 것과 다름없지요. 그래서 우리 옛말에도 병을 자랑해야 한다고 가르치잖아요.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성숙한 계절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훨훨 벗어던지고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군요. 성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쓸데없는 자만심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나면 삶의 무게가 적당히 가벼워지겠지요.

이 계절, 잎사귀를 다 떨구고 서있는 저 나목처럼 노출의 수위를 높여보세요. 물론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지금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당신을 공개하고 마음을 나눠보세요. 그래야 그대는 그 깊고 음습한 동굴 속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행복을 향해 그대의 삶을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음 문장을 그대 가슴에 꼭 새겨두시길 빕니다. “당신의 마음의 상처, 그것을 드러낸다고 모두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드러내기 전에는 어떤 상처도 치유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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