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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통서 찾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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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연 (소설가)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 139:9∼10)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살기 좋은 세상에서 이 잔인한 병은 왜 점점 많아지는 걸까요. 저는 작년 3월에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직장 길이를 12㎝ 잘라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도중에서 자주 내렸지요. 악취 나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자신이 마치 한 마리 버려진 짐승 같았습니다. 날개 찢어진 새 같았습니다.

항암주사라는 것이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정상세포까지 죽이면서 암세포를 겨냥하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주사 맞는 시간은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몸의 힘이 점점 빠지면서 어두운 미궁 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습니다. 쓰러지는 세포들이 쇠잔한 골짜기로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했습니다. 한 마디로 주사 맞는 시간은 생과 사의, 영혼과 악령의 피나는 결투장소 같습니다. 신음하는 몸뚱이인데도 인간의 죄악과 영원에 대한 갈망이 무성하게 피어나기도 했지요.

가장 괴로운 것은 이 병에 걸리기 전의 죄악으로 물든 어두운 생각들이 쓰러져가는 세포들 사이에서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 때였죠. 파괴적인 달콤한 유혹이 몰려올수록 구원에 대한 갈망으로 가슴은 뜨거워졌습니다. 병든 육체처럼 영혼이 고갈되어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솟구치면 구원의 빛이 무엇인지 한 번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신이 살아 있다면 그의 음성을 한 번 듣고 싶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보면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하지요. 저도 의사의 입에서 "암입니다!" 하는 순간 사방이 막혀버린 캄캄한 벽 안의 바닥으로 떨어져버렸지요. 벽 안의 날개 찢어진 피 흘리는 새는 밖의 환한 세상으로 탈출하기 위해 계속 파닥입니다. 영의 눈을 뜨면 절망의 컴컴한 바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찢긴 날개로 날아보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날다 떨어지고 또 다시 날아보려는 고통 속의 사람들, 어느 순간, 구원의 하얀 손이 그들의 날갯죽지에 닿아 있음을 봅니다. 부서진 날개에서 빛이 나는 것을 봅니다.

슬픔과 아픔으로 잉태한 빛의 날개, 고통을 극복한 사람들에게 안겨준 신의 최고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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