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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슬람과 ‘악마의 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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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

88년 9월 인도 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Satanic Verse)라는 책을 출판했다. 무하마드와 코란을 풍자하는 이 책이 이슬람을 모독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이란의 이맘 호메이니는 89년 2월 누구든지 무슬림이라면 이슬람의 이름으로 그를 죽이라고 ‘파트와’(Fatwa, 알라의 이름으로 내린 명령)를 내렸다. 그리고 그를 처형하는 자에게는 이란의 '15호르닷‘이라는 기구에서 15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주겠다고 공포했다.

그때부터 루시디는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끊었고 유럽공동체는 이란에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이슬람권 각국은 ‘악마의 시’를 금서로 공포했고 무슬림들은 영국과 파키스탄, 인도 등지에서 루시디를 성토하는 과격시위를 일으켰다. 파키스탄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6명이 사망하고, 인도의 뭄바이에서는 경찰이 과격 시위대에 발포하는 과정에서 1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내 영국도서관과 영국, 미국의 여러 서점에서도 무슬림들에 의해 폭탄 테러가 자행되자 각국의 유명서점은 ‘악마의 시’를 진열장에서 제외 시켰다. 미국 뉴욕에서는 루시디에 대해 지지 사설을 게재한 신문사가 폭파됐고, 영국 런던에서는 루시디 보호위원회가 발족되었다. 89년 6월 ‘파트와’를 내린 호메이니는 죽었지만 소요는 그치지 않았고 89년 9월에는 영국에서 그 책을 출판한 펭귄사 소유의 각 지역 서점에서 폭탄테러가 줄을 이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의 문인 160명은 루시디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91년 7월 이탈리아에서 이 책을 번역한 에또레 카르리올로 씨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일본에서 책을 번역한 이가라시 히토시 교수는 목이 잘려 피살된 사체로 발견되었다. 93년 7월 터키에서 책을 번역한 아지즈 네신 씨의 경우 투숙 호텔에 불이 났지만 다행히 경미한 화상만 입고 화염 속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이 불로 35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화상을 입었다.

98년 5월 파키스탄 법정에서는 루시디를 옹호한 죄목으로 가톨릭 신자인 아윱 마쉬 씨가 신성모독죄로 사형 언도를 받았다. 이 판결에 대한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존 주조지프 주교는 법정에서 권총 자살을 하였다.

98년 10월이 되어서야 이란 정부는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때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은 루시디의 살인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며 이란에서 철수한 상태였으며, 유럽 각국의 대사관들도 가족들은 이란에 남겨둔 채 동반 출국한 상태였다. 외교적으로 사면초가가 된 이란은 궁여지책으로 온건주의자의 상징인 하테미 대통령으로 하여금 성명을 발표하게 한다.

이 성명은 이맘 호메이니가 내린 ‘파트와’를 호메이니가 다시 살아나서 취소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아무도 취소할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큰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사건에 대해 피차 문제를 삼지 않기로 합의하자고 밝혔다. 그리고 유럽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이맘 호메이니가 내린 살인명령도 ‘언론의 자유’로 인정해 달라고 했다. 만일 그가 살인명령을 내리고 살해 공작원을 보냈다면 루시디는 이미 죽었을 것이지만, 말로만 한 것은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그렇게 ‘표현한 자유’로 봐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고심 끝에 제시한 최고의 타협안이었다. 어찌되었든 이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이란의 과격 학생단체는 이 성명을 호메이니의 명령에 대한 모독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고는 루시디를 살해하는 자에게 학생단체에서 33만불을 상금으로 주겠다고 공포했다.

사실 이 일로 과격시위에 참석하거 자살폭탄 테러를 해 죽거나 부상을 당한 무슬림들은 ‘악마의 시’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고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인쇄하고, 사고, 팔고, 읽는 모든 사람들은 이슬람의 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무슬림들은 이 사건은 평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슬람을 모르는 일부 광적인 무슬림들의 빗나간 행동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시아파 이슬람의 영웅인 이맘 호메이니는 진정한 이슬람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란에서 어떤 사람이 호메이니를 의심하는 말을 한 것이 알려진다면 그는 당장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란에서 호메이니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하마드 이후 코란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한 최고로 훌륭한 무슬림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악마의 시’ 사건은 우리에게 이슬람의 실체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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