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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혼을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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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첫눈이 살짝 내린 날, 길을 걷다보니 마지막 자태를 뽐낸 낙엽들이 거리를 뒹군다. 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 왔다.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낙엽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 어느 70대 목회자와 이야기하다가 낙엽에 함께 눈이 갔다. 그분은 "제 나이가 되면 낙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연약한 잎으로 태어나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찬란한 가을을 지나 생을 마감하는 낙엽과 같은 것이 인생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목회자의 말과 같이 노년기는 외면상 떨어지는 낙엽, 눈발에 묻히고 어느덧 자취 없이 사라지는 낙엽과 같은 시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년기를 길가에 떨어져 밟히는 초라한 낙엽 정도로만 생각하기엔 인생이 아쉽다. 실버 세대 수가 급증하며, 구매력 있는 노인들이 도처에 있는 지금 시대에 노년기는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 화려한 연장전을 치를 수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실제로 도처에서 젊은이들 못지않게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을 만나게 된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는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포에버 평생교육원이 있다. 노인 목회, 노인 사역의 일환으로 교회는 전담 목회자와 사역자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 포에버의 캐치프레이즈가 '황혼을 춤추게 하라'다. 이 캐치프레이즈는 떨어진 낙엽 같이 그저 구르며 발에 밟히는 존재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창의적 노인상을 상징하고 있다.

노년에 보여지는 원숙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과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최근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 신문들은 샌드라 데이 오코너라는 77세 할머니에 대한 뉴스를 내보냈다. 오코너는 미국의 연방 대법관으로 매년 각종 언론과 단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 걸출한 인물이다. 그녀는 2년 전 치매에 걸린 남편 간호를 위해 종신직인 대법관 자리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남편 존 오코너는 치매 요양원에서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오코너는 노년기에 다시 사랑에 빠진 남편을 보면서 전혀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평안을 찾고 행복해하는 치매 남편을 바라보는 그 자체에 만족해했단다. 젊은이들로선 도저히 불가능한, 원숙한 노년이기에 가능한 사랑 방정식이 아닐까 싶다.

교회는 인생 후반기를 지나 연장전을 뛰는 노인들의 무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남은 삶'이 역동적인 춤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단순히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마지막으로 불꽃 같은 헌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5세의 나이에도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호기를 부렸던 갈렙과 같은 역동적인 노인들이 넘칠 수 있도록 교회는 노인 목회에 사명을 갖고 나서야 한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사역하는 교회야말로 건강한 교회일 것이다. 교회는 낙엽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화려한 국화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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