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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1회 ~ 제5회<br>

첨부 1




소설 <우리의 사랑은....>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29회까지 연재하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단되었었는데....
지난 번의 게시판 실종사건으로 다 사라졌더군요.
그래서 30회를 연재하려고 하니까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는
뜬금없이 여겨질 것 같아서 이렇게 5회씩 묶어서 다시 싣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간단한 평들도 적어주세요.





제1회 - 윤정은 선후와의 첫만남이 떠오르고....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이는 5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인문사회대 건물에서 3명의 학생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
서 서로 어깨를 쳐가며 무슨 얘기들인가 나누고 있었다. 대학생 특유의
수수하면서 케주얼한 옷차람들이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들을 향해
소리를 치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선후 오빠! 선후 오빠! 거기 잠깐 서 봐!>
세 사람은 일제히 뒤를 돌아 그들을 향해 뛰어오는 사람을 기다리기 위
해 걸음을 멈추었다. 이윽고 숨을 헐떡이며 그들에게 뛰어온 사람은 허
리를 굽히며 숨을 몰아쉬었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키가 큰 사람이 말했다. 선후였다.
<어, 윤정아. 뭘 그렇게 뛰어와? 천천히 와도 되는데. 우리가 미리 식당
에 가서 밥을 타놓는다고 했잖아.>
윤정은 허리를 펴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숨이 찬 목소리였다.
<응, 그랬는데....방금 오후 보강이 취소됐다고 조교언니가 그러더라고
....교수님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아유, 숨차....그러니까,
우리 밖에 나가 맛있는 거 사먹자, 어때?>
<저런, 요즘 차교수님한테 왜 그렇게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지? 그럼
강의가 또 밀리게 되겠는걸....>
선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옆에 선 친구들에게 묻는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그러자 선후의 왼편에 있던 수철이 오른편의 정민에게 말했다.
<글세....넌 어쩔래?>
정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보강이 정말 취소된 거면 오늘 뾰족이 학교에서 할 일도 없잖아. 오랜
만에 시내 구경 한 번 하지 뭐.>
<그럴까?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가방을 좀 가져올 테니까.>
수철이 이렇게 말하자 정민이 얼른 말했다.
<나하고 같이 가.>
그리고는 선후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선후야, 네 가방은 늘 있는 거기에 있지?>
선후는 윤정에게 흘끗 눈길을 주더니 대답했다.
<응, 그래. 그럼 우린 저기 분수대 앞에 앉아 있을게.>
수철과 정민은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인문사회대 건물쪽으로 걸어갔고,
선후와 윤정은 분수대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윤정은 옆에서 걷고 있는 선후를 슬쩍 쳐다보았다. 꼭 다문 입과 넓은
어깨, 180센티미터의 훌쩍한 키, 언뜻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체격과 반대
로 한없이 우수어린 눈.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선후의 얼굴은 남자다운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윤정은 문득 3학년이 된 후에 새내기들과 가진 사학과 M.T.가 생각이 났
다. 지난 3월에 2박 3일로 용인에서 가진 M.T.에서 처음 그를 보았었다.
그 설레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조교 언니에게 물어보니 군대 갔다
가 다시 복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조교 언니와 동기인데 군대가기 전에
도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다고....그런데 의외로 좀 고리타분하고 보수적
인 면이 있어서 그렇게 접근하기 쉬운 타입은 아니라고, 조교 언니는 말
했었다.
유교적인 엄격함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교육자 집안이라고 했
다. 조교 언니도 몇 번 그의 집에 가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선후는 영
판 대학 교수이신 아버지와 똑같다고 한다. 인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왠
지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하며, 생김새 하며....그런 아버지와 마찬
가지로 어머니 역시 금방 조선시대에서 빠져나온 듯 순종을 미덕으로 여
기는 그런 분이라고 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시면서 세심하게 가족들을
챙기는 전형적인 어머니 상이라고나 할까.
그런저런 선후에 대한 이야기를 조교 언니에게 들으면서 윤정은 다짐을
했다. 저 사람은 이제 내꺼야.
선후와 윤정은 분수대에 앉아 주위를 잠시 돌아보았다. 저쪽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두 명의 남학생이 있었고, 분수대를 빙 둘러
서 몇몇 학생들이 선후와 윤정처럼 둘씩, 셋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멀리 보이는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하거나 농구, 족구를 하는 학생
들의 고함 소리가 간간이 들려 오고, 동아리방이 모여있는 학생복지회관
에서는 록그룹의 전자기타와 드럼 소리가 어렴풋이 울려나오고 있었다.
맑은 하늘과 어울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물방울들이 반짝거리
고 있었다.
이윽고 윤정이 말을 꺼냈다.
<선후 오빠, 오빠도 이번 여름 방학 때 가는 유적 발굴 현장 답사에 대해
얘기 들었지?>
<응, 사실 난 지금부터 벌써 두근거려. 몇 백년 전, 몇 천년 전의 사람의
자취가 담겨있는 유물들은 묘한 감동을 주거든. 작년 겨울에 군대에서 제
대하고 나서 책 한권 들고 전국일주 한번 했었잖아. 유적들을 돌아보기
위해서 말이야.>
<그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지? 유홍준님의 책 말이야.>
<그래, 나도 그분처럼 그런 날카로운 안목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소리야, 오빠. 오빠가 2학년 때 썼던 공주 유적지에 관한 레포트는
지금도 전설이던데. 조교 언니가 그러던데, 교수님 입이 이만해졌다면서?>
윤정은 장난스럽게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동그랗게 말아들어 입에 가져가
며 말했다. 선후는 그런 윤정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선후가 윤정을 처음 본 것도 M.T.때였었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당찬
모습의 여학생이었다. 윤정은 주위 사람들까지 전염시키는 명랑함이 있
었다. 보기보다 내성적인 선후로서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윤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윤정은 예뻤다. 그리고 선후와
가장 친한 수철과 정민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선후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그 배려도 고마웠다. 그러면서 어느새 선후와 윤정은 만난
지 겨우 한달 반 만에 캠펴스 커플, 그것도 과 커플로 알려지게 된 것이
다.
어깨 아래 날개죽지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167센티미터의 키, 육감적인
몸매, 윤정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소위 퀸카였다. 집안도 괜
찮았다. 아버지는 유명한 종합병원의 외과과장으로 계셨고 오빠도 역시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거쳐 레지던트 1년차로 근무하고 있었다.
<요즘 선아는 어떻게 지내?>
윤정이 물었다.

<제2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2회 -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윤정 때문....


선아는 선후의 동생으로 윤정과 동갑내기였다. 언젠가 시내에서 선후가
윤정을 동생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함께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선아 역
시 윤정의 명랑함에 끌렸고 곧 친구가 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학교
가 다르다 보니 그렇게 자주 만나지지가 않았다. 선아 역시 오빠와 같이
무던한 성격이었는데, 외모는 선후와 그렇게 닮지 않은 것 같았다. 윤정
이 언젠가 전화로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선아는 픽 웃으며, 어릴 때부터
잘 생긴 오빠 때문에 비교가 많이 되어서 자존심 상한 적이 많았다고 했
다. 하지만 선아에게는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선아만의 매력
이 있었다. 성격은 오빠와 많이 닮아있었던 것이다.
<응? 선아? 글세....나도 요즘 그녀석 얼굴 보기 좀 힘든데....내가 일
찍 들어가는 날이면 선아가 늦게 들어오고, 선아가 일찍 들어오는 날이
면 내가 늦게 들어가고....뭐, 그런 날이 많아서 말이야. 선아는 요즘
교내 방송국 일로 바쁘거든. 이제 3학년이 되었으니 방송일을 책임지고
해야할 때가 된 거지. 신입생들 다루기도 만만치 않고....어쨌든 그녀석
요즘 엄청 바빠.>
<그렇겠네. 사실 난 맨 처음 선아가 교내 방송국에 있다는 얘길 듣고 조
금 놀랐었어. 왠지....그런 것 있잖아. 선아 성격이 그렇게 활달하지 않
으니까....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맞아. 나도 선아가 대학에 갓 들어간 신입생일 때 동아리 가입을 교내
방송국으로 한다는 얘길 듣고 놀랐었어. 지금이야 그래도 많이 달라졌지
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말 그대로 곰이었거든. 하지만 예상외로 잘
하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 녀석이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지금 주로 맡고 있는 것도 기자나, 뉴스 앵커지.
그녀석은 음....여자답게 명랑하고 활달하지는 않아. 평소에 말 수도 적
고....하지만 어떤 문제나 이슈에 대한 토론이나 마음맞는 친구끼리 뭉쳐
서 노는 것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아. 술도 얼마나 잘 마시는데. 그래서
남자친구도 엄청 많아.>
<그렇구나. 어쩐지 그때 나와 만날 때도 목티에 바바리 차림이었어. 그러
고 보니 정말 기자 분위기가 있었네.>
<그래, 화장도 잘 안하고 별로 옷치장 같은 것에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
더라고.>
선후는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지. 저렇게 다니다 시집이나 제때 가겠냐
고 말이야.>
<호호호호....>
윤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다가 한 쪽을 가리키며 선후에게 말했다.
<어! 저기 수철 오빠랑 정민 오빠가 온다.>
선후는 윤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툭툭
엉덩이를 털었다. 윤정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커트 끝을 매만졌다. 수철
과 정민이 손을 흔들면서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선후는 바지 주
머니에 손을 꽂고 고개만 끄덕였지만, 윤정은 그들을 향해 마주 손을 흔
들어 주었다.

<야! 왠 피자집이야?>
선후는 자기의 소매를 잡아 끌며 들어가는 윤정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피자를 먹고 싶단 말이야. 오빠가 사주는 피자 말이야. 수철
오빠랑 정민 오빠도 피자 좋아하지?>
윤정은 수철과 정민에게 눈짓을 하고는 선후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수철이 얼른 윤정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정민에게 말했다.
<그럼, 그럼. 우리도 피자를 좋아하지. 암, 엄청 좋아하지. 정민아, 안
그래?>
<그럼, 좋아하지. 특히 선후가 사주는 피자를 좋아하지. 암....>
선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씨익 웃으며 끌려들어갔다.
건물의 1층과 2층이 피자집이었는데 2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마침 자리가
난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아래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 시내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토요일의 점심 때를 약간 넘긴 시간
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다니고 있었다. 하긴 조금만 더 있으면 사람
들로 북적거려서 발 딛을 틈도 없을 것이다.
수철은 자리에 앉아 선후를 보면서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정민의 입가에
도 웃음이 묻어 있었다. 여종업원이 다가와서 메뉴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갔다.
윤정은 선후 옆자리에서 선후 쪽으로 메뉴판이 보이도록 하면서 말했다.
<음....우리 뭐 먹을까, 오빠? 이거?....이거?....뭐해, 좀 골라봐.>
선후는 마지못해 메뉴판 쪽으로 눈을 돌리며 윤정에게 말했다.
<뭐, 아무 거나 나는 괜찮아.>
그리고 수철과 정민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뭐 먹을래? 너희들이 한 번 골라 봐.>
<우리도 아무 거나 괜찮으니까, 윤정이가 고르는 거 먹지 뭐.>
수철이 대답했다.
정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입가에 웃음이 묻어 있었다.
수철은 선후를 보며 또 다시 웃음을 머금었다. 언젠가 선후의 집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선후네 집은 말 그대로 전통의, 전통에 의
한, 전통을 위한 집이었다. 그만큼 엄격한 유교 집안이었던 것이다. 거기
다 집안의 장손이었다. 명철 때마다 본적지에서 온집안 식구들이 다 모이
는데, 거기에 가면 선후는 말 그대로 집안의 대들보가 된다. 수많은 친척
들, 수많은 제사, 그런데 선후는 늘 그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는 것을 수철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선후를 역사학도로 만든 힘이 아
닐까?
사실, 선후의 부모님은 선후가 법학과나 정치외교학과에 가기를 원하셨었
다. 또 그만큼 선후의 성적이 뛰어났었다. 하지만 의외로 선후는 사학과
를 택했고, 선후의 부모님은 자식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 물론, 아직도
친구분들이나 명절 때 친척분들을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실 일이 있을 때
에는 그것을 아쉬워하는 말씀들을 하시지만. 언젠가 집에 놀러온 수철과
정민에게도 언뜻 그런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셨었다.
아무튼 그런 집 안 분위기 탓인지 선후는 아주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그
것은 먹는 것에도 영향을 미쳐서 한식을 고집하게 만들었다. 선후는 원칙
을 세우고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그 원칙이 요즘 많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윤정이 때문이었다.

<제3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3회 - 선후는 예수쟁이들이 끔찍이....


윤정은 자유분방했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그런 부분이 선후가 윤정에
게 느끼는 큰 매력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후 성격에 이미 이만큼 지속되어진 상황을 되돌린다는 것은 꿈
도 못 꿀 일이었다.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키는 것이 선후였던 것
이다.
수철은 윤정을 바라보았다. 선후 옆에서 재잘거리며 말하고 있는 모습이
예뻤다. 하지만 수철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여자였
다. 첫인상이야 더할 나위없이 좋았지만, 점점 알아갈수록 왠지 더 서먹
해진다고나 할까. 수철이 보기에는 말이나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왠
지 꾸미는 것 같은 인상이 들었다.
언젠가 정민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정민은 이렇게 말했었다.
<원래, 예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여자애들은 좀 그런
면이 있어.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기 때문에 어느새 행동이
나 말투가 영향을 받는 건데, 저런건 시집 가서 아줌마 되면 다 없어지
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쨌든 선후와 윤정이 커플이라는 것은 수철에
게는 좀 의외였다. 물론 윤정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한다고
해야할 것이다.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고, 친구를 좋아하는 선후
에게 자기만 바라보라고 투정도 부리지 않고 - 하기야 그런다고 선후가
그런 투정을 받아줄리도 만무하지만 - 아무튼 억지로 찾으려고 해도 윤
정에게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예쁘지, 싹싹하지, 똑
똑하지, 부자지, 그러면서도 그런 티도 안 내지. 하지만 늘 왠지 벽이 느
껴지면서 윤정과 자신과는 약간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
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부족함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윤정이 주문을 받으러 온 여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는 샐러드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민 오빠, 같이 가자.>
<응, 그럴까?>
정민도 접시를 들고 일어섰다.
수철은 윤정과 정민을 보고 있다가 선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후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의류점들과 악세사리 점들, 레코드
점 등등이 쭉 이어져 있었다. 길 가운데는 나무가 일렬로 쭉 심어져 있
었고, 바닥에는 모자이크 된 보도블럭이 깔려져 있었다. 나무마다 주위
로 둥글게 벤치가 놓여있었다.
길 건너편의 5층 건물도 전체가 옷을 파는 곳이었는데, 건물이 옆 건물
에 비해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또 그 앞은 나무가 띄엄 띄엄 심겨
있지 않은 곳 중의 한군데였기 때문에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거기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어깨에 기타를 맨 사람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이 다 만들어지자 모두들 손을 앞으로 모
으고 고개를 숙였고, 원 가운데 기타를 맨 사람도 역시 손을 모으고 고
개를 숙였다. 이 위에서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기도를 하
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모두들 고개를 들고 이번에는 길 쪽을 향하여
반원을 그렸고, 나머지 몇몇 사람들은 거리로 흩어졌다. 모두들 어깨에
교회이름이 적힌 띠를 매고 있었고 길거리로 흩어진 사람들은 손에 뭔가
작은 종이 묶음들을 들고 있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전도하러 나온 사람
들인 것 같았다.
수철은 흘끗 선후를 보았다.
선후는 소위 그 예수쟁이들을 끔찍이 싫어했다.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선후의 눈에는 기독교가 서양종교이며 전통을 파괴
한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지금도 선후의 눈살이 찌푸려지
고 있었다. 선후는 고개를 돌려 수철 쪽을 바라보았다.
수철이 말을 꺼냈다.
<우리 피자 참 오랜만에 먹는 것 같은데?>
<그래, 우리가 군대 가기 전에 한번 먹고 처음이니까. 난 몇 년 만에 먹
는 것 같다.>
선후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난 아직도 피자 맛있는 줄을 모르겠어.>
<이런 건 다 분위기로 먹는 거지. 넌 연애를 한다는 놈이 그런 것도 몰
라서 되겠냐.>
<그런 건가? 아무튼 내 체질은 아니야. 하지만 네 말대로 연애하는 놈은
좀 먹을 줄도 알아야겠지?>
수철과 선후는 낄낄거렸다.
그때 윤정이 정민과 함께 테이블로 돌아오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혹시 또 내 흉 본 것 아냐?>
<어, 어떻게 알았지? 햐~ 귀신일세. 너네 집 앞에 대나무 세워야겠다.>
수철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아. 윤정이 얘는 한번씩 귀신같이 맞출 때가 있다니까.>
선후도 맞장구를 쳤다.
<그건 내가 오빠한테 관심이 많아서야. 그리고 여자의 직감을 무시하면
안 되지.>
윤정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정민이 말했다.
<맞아. 정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아마 여자의 그 직감일 거야.>
<호호호, 희연이 언니한테 된통 걸렸나 보지?>
<저봐, 저봐, 당장 알아내잖아.>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윤정이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야, 묻지 마라, 묻지 마. 그런 건 특급 비밀인 거야.>
<흥, 선후 오빠랑, 수철 오빠한테는 말할 거면서 나한테는 안 한단 말이
지? 어디 두고 봐.>
<얘가 왜 이래.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마. 그러다 다친다, 너.>
그때 마침 여종업원이 피자를 들고 와서 대화가 끊어졌다. 여종업원이
저 멀리 가자 정민은 얼른 다른 화제로 돌렸다.
<어? 저 밑에 봐. 교회에서 나온 모양인데?>
윤정도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많이도 왔네. 한 서른 명은 될 것 같애.>

<제4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4회 - 다음부터는 무조건 애인이라고....


창 밖에서 뭔가 노래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선후는 창 밖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눈치빠른
윤정이 선후의 기분을 알아채고는 더 이상의 얘기를 하지 않고 얼른 피
자 한조각을 떼어내 선후 앞에 놓았다. 그리고 선후를 바라보고 웃음지
으며 말했다.
<오빠, 잘 먹을게. 오빠도 한번 먹어봐. 이 집 피자 맛있으니까.>
<선후야, 우리도 잘 먹을게.>
수철과 정민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선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많이들 먹어.>
그때 어디선가 핸드폰의 벨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노래의
후렴 부분이었다. 선후와 수철은 핸드폰이 들어있는 바지 뒷주머니 쪽으
로. 정민은 목에 걸고 있는 자기 핸드폰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
다 멈칫했다.
<내꺼 같은데, 누구지?>
윤정이 자기 핸드백을 들어 뒤적거리더니 은색의 조그만 폴더 핸드폰을
꺼내 귀에 댔다.
<여보세요?....아! 정희야!....응....응....고마워....응....응....
맞아, 그거 맞아. 용케 찾아냈네....응....그래, 알았어, 알았어....
응....여기? 어~ 시내야. 지금 피자 먹고 있는 중이야....뭐? 누구하
고?....몰라도 돼....응....>
윤정은 선후에게 의미있는 눈웃음을 보내며 전화를 계속 받았다.
<....남자....응....호호호호....알았어, 알았어. 안 그래도 조만간
소개시켜 줄려고 했었어....응....그래, 고마워. 다음에 내가 한번 쏠
께....응....안녕.>
윤정은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궁금해하는 선후의 눈빛에 대답해
주었다.
<내 친구, 정희. 언젠가 말해줬었지? 내 고등학교 때 친구 정희 말이야.
오늘 국회 도서관에 간다길래 내가 자료 좀 구해달라고 부탁했었거든.
구하기 어려운 건데 구했다고 하네. 오빠들도 아마 필요할 걸. 그거 볼
려면 나한테 잘해야 돼.>
윤정은 그들 셋에게 모두 장난기 어린 시선을 던지더니 계속 말을 이었
다.
<그건 그렇고 정희가 지금 누구하고 시내에 와 있는지 무척 궁금해하던
데,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남자라고만 말해줬는데, 정말 이
럴 때 뭐라고 말해야 돼, 오빠?>
윤정의 짖궃은 말에 피자를 한 입 베어물던 선후는 그것이 목에 걸린 듯,
갑자기 기침을 했다. 그러자 수철과 정민은 한바탕 웃었고, 윤정도 소리
내어 웃으면서 선후에게 콜라를 따라 주면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어머, 오빠, 조심해서 먹어야지.>
<윤정아, 선후 얼굴 봐라. 완전히 홍당무가 됐어. 선후가 저러는 건 처
음 보는 것 같은데, 안 그러냐, 정민아?>
수철이 낄낄거리며 말하자 정민도 맞장구를 쳤다.
<글세 말이야. 윤정이가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
야.>
<야....콜록, 콜록....그냥 사래가 들려서 그런 거지....콜록....>
기침을 하느라 얼굴이 붉어진 선후는 수철과 정민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연방 콜록거렸다.
윤정은 선후가 콜라를 마시고 좀 진정되자 다시 물었다.
<오빠, 빨리 대답해 봐. 내 친구들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돼? 응?
응?>
그러자 계속되는 재촉에 마지못해 선후는 윤정의 얼굴쪽을 애써 외면하면
서 말했다.
<그냥, 뭐, 네가 알아서 대답해 줘.>
<그럼, 다음부터는 무조건 애인이라고 말할 거야, 알았지?>
<....>
<알았지?>
<....뭐, 그러든지. 그냥 알아서 대답해 줘.>
<야, 분명히 대답해 줘야지 내가 딴 맘 안 먹지. 너희 둘이 애인 사이
가 맞는 거야, 아닌거야.>
수철이가 또 짖궃게 선후를 보며 말했다.
선후는 장난기 가득한 수철의 눈을 흘겨보며 씨익 웃으면서도, 끝내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윤정도 그쯤에서 더이상 선후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을 그만두어 주었다. 사실, 윤정도, 수철도, 정민도, 선후의
입에서 그 이상의 대답이 나오리라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윤정은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
다. 수철과 정민은 윤정의 표정을 보고는 그런 윤정의 마음을 알아챘지
만, 더 이상 선후에게서 윤정이 바라는 대답이 나오도록 도와주기 위해
선후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선후도 물론 윤정이 어떤 대답을 원하는
지 알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있었지만, 곧 그들은 피자 한조각 씩을 떼어내 먹으
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학과 이야기, 교수님 이야기, 조
교 이야기, 군대 이야기 등등. 하지만 더 이상 창 밖의 교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윤정의 맑은 웃음소리, 수철
의 엉뚱한 농담, 정민의 썰렁한 이야기, 그리고 선후의 묵직한 미소가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수진은 대학부 후배들의 찬양하며 율동하는 모습과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하는 전도사님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모두들 봄에
어울리는 노란색 상의에 교회 이름이 적힌 하얀 띠를 띠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들 열심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역시 은총이였다. 율동을 맡은 후배들 가운데 한 명인 은총이는 동작 하
나 하나가 힘차면서 사람의 눈을 끄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
스로 머리카락을 쫙 내려붙인 은총은 호리 호리한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
는 특유의 동작으로 율동을 주도해 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은총의 모습을 보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덜 느끼게 되었고, 쑥스러운 미소도 환한 웃음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주께 영광>을 부를 때는 운총이의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 때
문에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노래부른다는 것으로 인한 어색함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은총의 율동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5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5회 - 수진은 피자집에서 나오는 네 사람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전도용 소책자를 나누어 주고, 간혹 잠깐
동안이라도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와중에 힘이 든
다고 느껴지거나 마음이 지치면 수진은 곧잘 은총을 비롯한 후배들의 모
습을 보면서 다시 용기를 냈다.
수진은 또 자신과 같이 흩어져서 소책자를 나누어주는 동기들과 간사님
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열심이었다.
수진은 문득 대학부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가졌던 노방전도가 떠올랐다.
그 어색함, 쑥스러움, 마음 속의 다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후
딱 지나가버린 시간, 전도사님과 선배들과의 뒷풀이, 그 모든 장면들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덧 4학년 졸업반이 되어 이
제 수진은 조장으로서 마지막 한 해를 보내게 된다. 수진은 다시 후배들
의 모습을 한번 더 보고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집중시켰다.
화사한 봄이었다. 날씨는 더 이상의 꽃샘추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이 이
제 내쳐 여름으로 달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거리 양편으로 쭉 늘어선 가
게들의 디스플레이는 하나같이 새봄을 축하하는 것이었고, 거리 한 가운
데에 일렬로 서있는 나무들의 가지에는 새로운 잎사귀들이 파릇파릇 완전
히 깨어나 있었다. 거리의 풍경,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얼굴 표
정에서는 더 이상 겨울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심령은....수진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한 사람에게
서라도 그들의 심령 속에 차가운 겨울이 물러갈 수 있도록 해야해. 예수
님의 이름을 전해야 해.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또야, 하는 귀찮은 표정들. 잠깐의 호
기심을 내보이다가도 어깨에 걸친 띠와 전도지를 보면 예의 그 귀찮은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아니, 귀찮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무슨 더러운 벌레라도 보는 것같이 멀찍이 피해가면서 수군거
리는 사람들도 많았고,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
던 것이다.
하긴 수진 자신도 한번씩 길을 가다가 <도>를 아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을
그렇게 대했었다. 아마 저 사람들에게는 수진도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비쳐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간혹 교회를 다니는 분들의 격려도 듣
고, 또 정말 가끔씩 사영리를 전할 수도 있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
은 아직까지 한 명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
수진은 어떤 남자가 수진에게 받은 소책자를 저만치 앞에 가면서 땅바닥
에 슬쩍 버리는 것을 보면서 더더욱 속상해졌다. 왜 사람들은 저다지도
어리석을까? 잠깐만 귀를 기울여보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고 영원한 사
랑과 영원한 생명에로의 길을 갈 수도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갔다. 수진은 종종걸음으로 땅에 떨어진 소책자를
주으러 갔다. 그러면서도 수진은 스쳐가는 사람들 중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소책자를 전하면서 말을 붙이려고 애썼다. 이윽고 그 소책자가 떨
어진 곳까지 왔을 때에는 수진의 손에 든 소책자가 몇 권 남지 않게 되
었고, 대학부가 모여서 찬양하고 있는 곳으로부터도 꽤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수진은 얼른 땅에 떨어진 소책자를 주워 툭툭 먼지를 털고는 주머니에
넣고 다시 대학부가 모여서 찬양하고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도중에도 역시 수진은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열
심히 전도를 했다. 마침내 거의 다와서 빨간색의 피자집 간판에 눈길이
갈 무렵, 네 사람이 입구의 문을 열며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진은 더 빨리 걸으면서 마음 속으로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까, 하고
생각했다. 그 네 사람은 문 앞에 서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대학부가
모여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러니까 지금 수진이 오고 있는 쪽으
로 걸음을 떼었다.
수진은 다시 걸음을 늦추면서 얼굴에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며 그들이 다
가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손에는 이미 소책자가 한
권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진은 잠시 낭패의 빛을 띠다가 문득 조금 전에
주워뒀던 소책자가 생각이 나서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신발 자국이 희
미하게 나 있었다. 수진은 얼른 소매로 그 자국을 문질렀다.
다가오는 네 사람은 일행인 것 같았다. 남자가 셋, 여자가 한 명이었는
데 옷차림이며, 가방과 책을 든 품새를 보니 대학생들인 것 같았다.

피자집에서 나온 선후는 거리를 한 번 둘러보고는 곧바로 방향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수철과 정민, 그리고 윤정도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말
없이 선후의 뒤를 따랐다.
그때 갑자기 윤정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오빠! 나, 핸드폰 놔두고 온 것 같아!>
선후, 수철, 정민은 일제히 윤정을 돌아보았다.
선후가 말했다.
<아까 전화받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 같더니....빨리 가서 찾아 봐.>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윤정은 어느새 피자집 입구의 문을 열며 대답했다.

갑자기 네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여자가 급하게 다시 피자집으로 들
어가는것이 보였다. 뭔가 잊은 물건이라도 있는 걸까? 수진은 마음 속으
로 그렇게 짐작하며 거리에 서있는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수진은 한껏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예....>
세 사람 중에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수진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대답을 했다. 피자집 쪽에 제일 가까이 서 있는 키 큰 사람은
아예 수진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저, 잠깐 얘기 나눌 시간이 있을까요? 2, 3분이면 되는 데요.>
그러자 맨 오른쪽의 그 남자가 약간 빈정거리듯이 말을 받았다.
<저기요....우리들은 교회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괜히 시
간낭비하지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게 더 낫겠는데요.>

160센티미터쯤 될까? 정민은 속으로 그렇게 짐작했다. 평범한 얼굴이었
다.

<제6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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