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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6회 ~ 제10회<br>

첨부 1



소설 <우리의 사랑은....>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29회까지 연재하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단되었었는데....
지난 번의 게시판 실종사건으로 다 사라졌더군요.
그래서 30회를 연재하려고 하니까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는
뜬금없이 여겨질 것 같아서 이렇게 5회씩 묶어서 다시 싣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간단한 평들도 적어주세요.




제6회 - 조금 더 고생하세요, 선후 오빠....


못났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띌 만한 미인도 아
니었다. 화장기가 별로 없는 수수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완전히 젖혀서
노란색 리본으로 묶고 있었다. 노란색 옷과 노란색 리본 때문인지 얼굴
이 왠지 환해보였다. 그 여자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
다. 하지만 역시 어색한 표정은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려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
을 것이다.
정민은 수철이 나서서 그 여자를 상대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교회를 다니시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정민은 고향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교회를 다녔었다. 아버지는 교
회를 다니지 않으셨지만, 어머니가 교회의 집사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3때 공부를 핑계로 발걸음이 뜸해지더니 대학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와
서는 아예 나가지 않게 되었다. 정민은 집에 내려갈 때마다 정민을 보기
만 하면 교회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마 오늘 새벽에
도 새벽기도를 가셔서 하나뿐인 아들이 교회를 잘 다니게 해 달라고 기도
하셨을 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철의 장난끼어린 말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다른 볼 일로라면 언제든지 만나 드릴 수가 있는데요.>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정말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제가 해
야 할 일이 있어서요. 혹시 교회 다니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리고 앞으로도 다닐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건 너무 성급한 단정이신 것 같은데요?>
<절대로 아닙니다. 도대체 교회 같은 델 뭣 땜에 갑니까? 모르지요, 나
중에 늙어 죽게 되어서 마음이 약해지면 또 모를까....>
<그래도 죽은 다음에 지옥에 가는 것은 싫으신 모양이지요?>
<당연하지요. 지옥에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도대체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죽고 나면 그만이
지....>
<아니에요.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인생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겠어
요?>
수철은 교회에서 나온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
다. 정민은 그런 수철을 보면서 씨익하고 쓴 웃음을 지었다. 수철은 늘
그랬다. 주위의 온갖 사람들에게 괜히 말을 붙이고 이것 저것 지나가는
말을 잘 했다. 그래서 어디 놀러갈 일이 있으면 수철은 물자 공급을 도맡
아 했다. 넉살이 좋아서 잠시 안 보인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
는 곳에 끼여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었고, 그러니 금방 친해져서 이
것 저것 필요한 것을 빌려쓰고 빌려주곤 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대부분
이 여자들이었다.
그렇다고 수철이 무슨 딴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
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다. 정민은 수철의 아버님이 떠올랐다. 선
후가 자기 아버지를 닮아 나이에 비해 근엄한 것처럼 수철 역시 자기 아
버지를 닮아 저렇게 넉살이 좋은 것이었다. 정민 어머님께서 그것 때문
에 젊으셨을 때 많이 속상해 하셨다고 하는 얘기를 언젠가 정민 어머님으
로부터 직접 들은 기억이 났다. 그때 어머님은 아버님을 슬쩍 흘겨보셨지
만, 그 눈빛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수철 어머님도 유머감각으로는 아
버님에게 결코 뒤지지 않으신 분이셨다. 선후의 집에 가면 왠지 어렵고
조심스러워지는 반면에 수철의 집에 가면 푸근하고 마음이 편했다. 그건
아마 두 분 어른들과 수철 모두다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
이다.
정민은 피자집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선후를 보았다. 역시 짐작대로 얼굴
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마 윤정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생각과, 수철이
또 쓸데없이 얘기를 길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윤정이 꽤 늦어지고 있었다.

허겁지겁 2층으로 뛰어올라간 윤정은 자기가 앉았던 창가쪽으로 걸어갔
다. 마침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여종업원이 테이블 위에서 조그마한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들고 멀리가지 않았을 주인에게 돌려주
기 위해 뒤돌아서던 때였다. 여종업원은 얼굴이 상기된 채로 걸어오는
윤정을 발견하고는 핸드폰과 윤정의 얼굴을 번갈아 본 후 핸드폰을 내밀
고 웃으며 말했다.
<이 핸드폰 잊어버리고 가셨지요?>
<예.>
윤정이 대답했다.
윤정의 확인을 받은 여종업원이 윤정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는 순간 갑자
기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여종업원과 윤정 모두 깜짝 놀라 거의 핸드폰
을 떨어뜨릴 뻔 했다.
<아유, 깜짝이야. 전화가 온 모양이네요. 어서 받으세요.>
여종업원은 얼른 윤정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윤정은 핸드폰을 받아 폴더 뚜껑을 열고 귀에 대며 미소를 짓고 인사했
다.
<고마워요.>
그리고 전화를 받으며 창가로 갔다. 여종업원은 다시 테이블을 마저 정
리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예. 제가 차윤정인데요. 예?....아, 소라구나. 어머, 얘
오랜만이다. 응....응....그러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애..
..응....응....너무 반갑다, 얘. 응....응....그래, 그래....근데
어떻게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았어? 응? 누구? 아~~영주....응....그래,
영주랑은 지금 같은 학교니까 자주 만나지....응....영주는 지금 거의
유치원 선생 다 됐어. 응, 말투하며, 행동하며....유아교육과 가면 다
그렇게 바뀌는 거니?....응....그래, 그래, 호호호....>
중학교 때 단짝 친구인 소라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비록 학교가 달라
졌어도 자주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했었지만, 고 3때부터 조금씩 그 횟
수가 줄더니, 졸업하고는 완전히 연락이 끈어졌던 친구였다. 윤정이 나
중에 듣기로는 대전으로 이사했다고 들었었는데....
윤정은 전화를 받으며 창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슬며시 웃
었다.
창 아래쪽에는 교회에서 전도하러 나온 한 여자가 선후 일행에게 다가와
말을 붙이고 있었다. 선후의 얼굴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윤정은 장난끼
가 발동했다. 조금 더 고생하세요, 선후 오빠.

<제7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7회 - 정민은 답답해졌다. 그런데 ....


<....응....그래, 언제 한 번 만나자....응....참, 너네 집 아직 대전
이니? 언젠가 대전으로 이사갔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응....학
교는?....응....뭐? 경영학과? 어머, 네가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응....야, 그럼, 완전히 남자들 속에 파묻혀 살겠구나? 뭐?
쓸만한 애들은 별로 없다고? 야, 그건 있는 자의 배부른 소리야. 우리
과 봐, 여자애들이 3분의 2니까 남자 하나 두고 경쟁이 심해요, 호호호
....응....이거 아쉬운데, 조금만 더 빨리 알았으면 너네 과 남자애들
이랑 미팅도 하고 했을 텐데....뭐?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고? 에휴....
이미 난 매인 몸이야....응, 그래, 알았어. 조만간 소개시켜 줄게. 그
것보다 우리부터 먼저 만나야 하는 거 아니니?....응....응....>
너무 오랜만의 통화이다보니 자꾸만 이야기가 길어졌다. 윤정은 선후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그러
면서도 쉽게 전화를 끊지 못하고 있었다. 또 슬쩍 창 아래를 내려다 보았
다. 아직도 그 여자가 있었다. 또 수철 오빠의 그 입담이 시작되었나 보
다 하고 윤정은 생각했다.

<예수님요? 물론 많이 들었지요.>
수철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친구들 중에도 교회 다니는 애가 있긴 있거든요. 저도 뭐, 예수님이
싫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신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
고요. 하지만 꼭 기독교의 하나님만 믿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럼 그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신 적이
있나요?>
수진이 수철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수진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
했다.
어느덧 거리는 주말의 오후답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상대방은 전혀 그럴 틈을 주지 않
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도 말을 받아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 중 제일 키가 큰 사람은
수진을 단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글쎄요....솔직히 말해서....아니요....음....사실 그런 적은 없어
요.>
수철의 의외의 질문에 더듬거리며 말했다.
수진이 그 틈을 타서 얼른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게 바로 무의식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
리하고 있는 하나님을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신을 만들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참 신, 하나님은 사람들이 만든 신과는
분명히 다르죠.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신을 찾을 수 없어요. 그리
고 사람들이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직접 찾
아오신 거예요. 그 분이 바로 예수님이죠. 하나님은 여러분을 향한 놀라
운 계획이 있으시답니다. 그것은....>
<잠깐만요. 그래요. 그쪽....저, 이름이 뭐죠?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
르고 얘기하고 있었네요.>
수철이 수진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며 물었다.
<제 이름은 수진이에요. 이수진.>
수진이 대답했다.
<수진요? 제 이름은 수철입니다, 장수철. 그러고 보니 같은 수자 돌림이
군요. 무슨 수자를 쓰시나요? 저는 빼어날 수인데....>
수철이 다시 물었다.
<저도 빼어날 수자예요.>
수진이 말했다.
수철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왠지 기분좋은 우연의 일치군요. 안 그런가요? 저~ 대학생처럼 보이는
데요, 어느 학교 다니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수진은 또 다시 조급함을 느꼈다. 이 사람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 늘 이
야기가 다른 길로 샜다.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진은 수철의 질문
을 못들은척 무시하면서 말했다.
<저~ 아까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던 것 같던데요....>
<아참, 그랬었지요. 아까 신을 찾아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셨었지요?>
수철이 계속 말을 이었다.
<수....수진씨 맞지요? 수진씨 말도 물론 일리가 있어요. 음....사실
저는 신이나 종교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더 이상
뭐라고 말한다는 게 그렇지만, 기독교만이 참 종교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구원받는다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수진이 뭐라고 말하려는 듯이 입술을 들썩이자 수철이 손을 들어 그것을
막고 계속 말했다.
<하지만 아까 수진씨가 하신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신이 있다면
인간이 그 신을 이해하고 찾을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신이 기
독교에서 말하는 것 같은 그런 어떤 하나의 존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고 생각해요. 우주의 어떤 법칙이 신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초월적인 존
재들이 신으로 보여진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인간도 어떤 경지에 도달
하면....그러니까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도 있잖아요....음....아무
튼 저는 기독교만이 참된 종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봐요.>
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되면 안
되는데. 이렇게 토론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수진이 그토록 선배들에게
배우고 후배들에게 가르쳐왔던 전도의 법칙이었건만, 지금 이상하게도 이
야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토론은 끝이 없는 논쟁이 될 뿐이어서 자칫하면 감정만 상하고 말
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논리정연하게 이 토론을 이끌어 상대방
이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대방을 절대로
믿게는 못한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기독교를 더 싫어하게 만들고 기독교
를 반대하는 구실을 더 열심히 찾을 빌미를 제공할 뿐이었다. 토론에 진
상대는 거의 대부분 <예수쟁이들이 말은 잘하지.>라며 비꼬든지, 아니
면 <다음에는 절대 안 져야지.>하는 결심만 하게 된다.
더 이상 길게 가면 안 돼. 빨리 이야기를 정리해야지.

두 사람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정민은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은 수진이라는 여자 때문이 아니라 수
철이 때문이었다.

<제8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8회 - 선후와 수진, 두 사람의 ....


정민은 늘 교회에 가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곧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믿음이 없었다.
비록, 고등학교 2학년까지 교회를 다니면서 임원도 해보고, 이것 저것
바쁘게 교회 일을 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주위 분들은 그저 정민이 교회에 빠지지 않고 잘 나오니 믿음이 좋은 아
이라고 여기셨었다. 사실 그 당시엔 정민도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았
다.
정민은 수진이라는 여자를 가만히 보았다. 머리를 뒤로 묶어서 드러난
이마와 눈빛이 지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윤정이나 자신의 여자 친구인
희연에게선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얘기는 정민 자신
이 듣기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수진의 이야기는 단지 외워서 하
는 거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기도해서 신
중하게 내린, 그녀의 속에서 소화되어진 이야기였다. 정민은 수진의 이
야기에 내심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이야기 내용들은 정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아마 들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귓등으로 흘렸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그의 믿음이란 게 제대로 된 지식이 바탕이 되
지 못한 것이었음을 그는 새삼스럽게 느꼈다. 정민은 다시 수진을 보았
다. 수진이 수철의 장황한 이야기에 조급해하는 것이 느꼈졌다.

<음....저는 그쪽이....>
수진이 말을 꺼내자 수철이 얼른 끼어들었다.
<제 이름은 수철입니다. 장수철.>
수진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예, 수철씨가 지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 것에 대해서 제가 반대
한다거나 비난하지는 않아요. 다만, 성경에 대해서,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 계신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수철씨
에게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려고 하는 것 뿐이에요. 짧게
말이죠. 길지 않으니까, 잠깐만 말을 끊지 말고 들어주세요.>
수진은 수철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고, 수철이 약간 고개를 끄
덕여 동의를 표하자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는 손에 든 소책자를 펼치며
말을 시작했다.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고
요. 그것은 인간의 죄 때문에 생긴 것이지요. 인간은 스스로 도덕이나
여러 가지 종교로 하나님께 가려고 애쓰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었어
요.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그것을 그냥 보시고만 계시
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지요.>
수진은 책장을 넘기며 수철을 바라보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제물로 세상에 내려오셨고,
우리 - 저와 수철씨, 그리고 수철씨 친구분들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박히
시는 고난을 당하셨어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어요. 예수님은 다
시 부활하심으로 인간을 사로잡고 있던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셨고 진정
한 구원자의 능력을 나타내셨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하나님의 우
편에서 우리와 하나님과의 사이를 중재하고 계시며, 언젠가 마지막 날에
다시 이 땅에 오셔서 심판하시고 자신의 백성을 하나님의 나라로 초대하
실 거예요. 이제 수철씨 앞에는 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실 것이냐 말 것
이냐, 하는 결단만이 남아있어요. 예수님을 마음에 모셔서 풍성한 삶을
누릴 것이냐, 여전히 자기가 주인이 되어 혼란한 삶을 살아갈 것이냐,
그 선택이 남은 것이지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수진은 책을 덮으며 말을 맺었다.
수철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예,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것 투성이네요. 제물
이니, 부활이니, 그리고 재림이라는 것이 말입니다. 맞지요? 말세에 예
수가 이 땅에 오는 것을 재림이라고 하는 것이 말입니다. 언젠가 매스컴
에 난 그 사이비 종교에서 떠들던 것처럼 말입니다.>
수진은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얘기도 자주 듣는 것이었다. 수진
은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할 준비를 하며 수철의 이야기가 끝나기만 기다
렸다.

<응....응....알았어....응....알았다니까. 그래, 네 번호도 입력시켜
놨으니까 내가 전화할 게. 응....응....그래, 안녕....응....>
윤정은 계단을 내려가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몇 분이나 얘기
한 것일까. 아무래도 선후 오빠가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았다. 윤정이 있
던 자리에 새로 손님이 오거나 했으면 좀더 일찍 전화를 끊었을 것인데,
오늘따라 2층에는 더 이상의 손님이 올라오지 않아 마음놓고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려오기 전에 보니 아직도 그 여자가 있던데....아
무튼 나도 큰일이야. 전화만 들면 얘기가 길어져서....이런 생각을 하
며 윤정은 입구로 향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수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진은 수철을 보면서 손
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끄려고 했다. 그때 지나가
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수진을 밀쳤다. 수진은 비틀거리면서 핸드폰을
놓쳐버렸다. 땅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은 계속 울리며 빙글빙글 돌더니 선
후의 발 앞에 멈췄다. 선후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혀 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수진은 얼굴을 빨갛게 상기시키며 선후에게 다가왔다. 선후는
수진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 순간 핸드
폰의 벨도 울리는 것을 멈추었다.
수진이 핸드폰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선후도 수진을 보며 말했다.
<뭘요....>
지금까지 계속 수진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왠지 선후는
수진이 낯설지가 않았다. 노란색 옷, 약간 갈색으로 물들인 단정하게 뒤
로 묶은 머리, 상기된 얼굴...잠깐 동안 수진을 바라보고 있던 선후는
문득 수진이 어깨에 매고 있는 교회 이름이 적힌 띠에 눈길이 갔다. 그
순간 다시 그의 마음이 싸늘해 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일어난 사태로 할 말도 잊고 머쓱해진 수진은 불쑥 선후에게 손에
들고 있던 소책자를 내밀었다.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예.>
선후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을 얼른 받아들어 주머니에 쑥
넣었다.
그때 마침 피자집의 문이 열리며 윤정이 나왔다.

<제9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9회 - 한순간 마주쳤던 그 눈빛이....


<미안해, 오빠들....나오려는데 마침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중학교 짝
꿍 전화가 와서 말이야.>
혀를 한 번 낼름 내밀고는 윤정이 말했다.
<그래, 알았어. 얼른 가자.>
선후가 말했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전화기만 붙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도대체 왜
들 그러는지....>
수철이 윤정에게 선후 쪽을 눈짓하며 말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오빠도 참....>
윤정이 입을 삐쭉이며 대꾸했다.
수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얼른 인사를 했다.
<수철씨, 얘기 나누게 된 것 즐거웠구요, 고마웠어요.>
<아니요. 저야 말로 재미있었어요. 언제 다음에는 부담없이 만날 수 있
었으면 좋겠네요.>
수철이 웃으며 말했다.
수진은 정민에게도 인사를 하고 선후를 보았다. 선후는 수진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윤정은 수진을 흘끗 보고는 선후의
팔에 팔짱을 끼며 뭔가 선후에게 말을 계속했다. 참 예쁘네. 수진은 윤
정을 보며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늘씬하고....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수철과 정민도 곧 선후를 따라갔다. 마지막으로 수
철이 수진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수진도 손을 들어 답례했다. 수진은
왠지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쪽에서 대학
부 간사님이 손을 흔들며 수진을 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진은 그쪽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


전도사님 댁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졌다.
김은태 전도사님.
삼 대째 내려오는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나셨다고 한다. 하지만 전도사님
은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며 민주화 운동에 열심을 내면서 교회에
서 멀어지셨다고 한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외아들을 키우신 전도
사님의 어머님께서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밤낮으로 우시며 기도하셨고,
그 기도는 마침내 전도사님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도록 신학대학원에 입
학하시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시던 그 해 가을, 전도
사님은 어머니가 소개해주신 지금의 사모님과 결혼하셨다.
남자답지 않게 피부가 하얗고 호리호리한 전도사님에 비해 오히려 사모님
이 더 활기차 보이셨다. 늘씬하케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행동도 매
사에 시원시원하고 분명하셨다. 그리고 전도사님이 대학부 지체들을 시
도 때도 없이 한 무더기씩 데리고 와도 늘 편안하게 맞아주셨고, 그때마
다 푸짐하게 척척 대접해 주셨다. 신중하고 과묵한 전도사님에 비해 사모
님은 늘 밝고 명랑하셨다. 사모님의 저런 면들이 돌아가신 전도사님의 어
머님을 사로잡았던 것이 아닐까. 전도사님의 어머님은 전도사님이 결혼한
이듬해에 새벽기도를 드리시다가 엎드려 기도하시던 그 모습 그대로 하나
님께로 가셨다고 들었는데....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맏며느리감
이란 아마 저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일 거야. 수진은 주방에서 대학부 지체
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사모님을 다른 자매들과 도우면서 그렇게 생
각했다.
음식들이 거실에 나란히 붙여 펴진 상 세개 위로 하나씩 날라져 갔다. 음
식을 준비하는 동안 앉아서 전도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형제들이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사실, 수진도 배가 몹시 고팠다. 형제가 11명, 자매
가 14명으로 전도사님 내외분을 포함해서 총 27명의 인원이다 보니 주방
쪽에 작은 상 2개가 더 펴졌다.
이윽고 전도사님의 식사 기도 후에 모두들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모두들 수고 많았어요. 많이들 먹어요.>
사모님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그리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해요.>
<예!>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외쳤고, 그것이 우스워 서로 얼굴을 보며 낄낄거렸
다.
왁자지껄한 저녁 시간이었다. 형제들은 거의 대부분 두 그릇씩 비웠고 몇
몇 자매들도 그랬다. 농담들이 오고갔고 질문들이 오고갔다. 전도사님의
대학 철학과 시절의 이야기도 있었고, 오늘 전도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이지 노방 전도를 하다보면 온갖 종류, 온갖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수진은 문득 그 피자집 앞에서 만나 한참
을 이야기했던 일행들이 떠올랐다. 그 남자 이름이 뭐더라....그래, 수
철이라고 했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일하게 자신과 길게 얘기했던 수철
이라는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키 큰 사람의 얼굴은
뚜렷하게 기억이 났다. 특히, 한순간 마주쳤던 그 눈빛이....
<어이,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누군가의 목소리에 수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쪽
을 보았다.
간사님이었다.
<예? 간사님, 왜요?>
<아니, 그냥. 수진이가 무슨 생각하고 있나 궁금해서 그러지.>
간사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별 생각 하지 않았어요. 그냥....오늘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그 사람들 생각이 좀 났어요.>
<왜, 뭐 기분나쁜 사람이라도 만났어?>
입 앞에서 숟가락을 멈추고 전도사님이 물어보셨다. 곧 숟가락이 입 안으
로 들어갔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문득 생각이 나네요.>
<맞아요, 한번씩 그런 경우가 있어요.>
동기인 문영이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그날 따라 이상하게 어떤 사람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요.>
<혹시 그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멋진 남자들 아니에요?>
은총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문영도 웃으며 그 농담을 받아넘겼다.
<호호호, 어떻게 알았니? 하~ 근데 왜 우리 대학부에는 그렇게 마음 설
레게 하는 멋진 형제가 없을까 몰라. 꼭 은총이 같은 형제들만 있고 말
야.>
<어머,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은총이가 어디가 어때서. 저만하면 잘
생겼지, 똑똑하지, 명랑하지....>
사모님이 이렇게 은총의 편을 들고 나서자 모두들 '우욱' 토하는 표정을
짓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제10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제10회 - 자존심 따위는 팽개쳐....


즐거운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모두들 어지간히 먹었는지 더 이상 숟가
락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전도사님이 한쪽 팔로 바닥을 짚고 일
어서며 말씀하셨다.
<자, 형제들, 이제 일어날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예!>
전도사님의 말씀에 간사님을 비롯한 형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1월, 처음 전도사님 댁에 왔을 때의 1학년 신입생 형제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 일어났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은 1학
년 신입생 자매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진을 비롯한 선배 자매들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그들의 표정을 재미있어 했었는데 벌써 5월이 되어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된 후인지라 이제 1학년들도 벌떡 자리에서 일
어나 소매를 걷어부쳤다. 전도사님과 간사님이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 싱
크대 앞에 서자 다른 형제들은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수진과 동기인 까
까머리의 공익요원, 다른 동기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꿋꿋이 대학부
를 지키고 있는 정훈은 찬장에서 커피잔들을 꺼내 커피, 프림, 설탕을 담
기 시작했다. 정훈의 커피 타는 솜씨는 모두가 알아주는 실력이었다. 정
훈이 근무하는 동사무소의 동장님과 동대장, 그리고 그 외의 동사무소 직
원들도 아낌없이 칭찬하는 실력이라고 한다. 커피물은 아까 식사 도중에
미리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있었다.
상이 다 치워지자 설거지를 하는 전도사님과 간사님, 그리고 커피를 타고
있는 정훈 이외의 형제들은 주방 바닥에 앉아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하
지만 1학년들은 아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옆에서 전도사님과
선배들이 모습을 지켜보고 앉아 있었다. 수진은 그 모든 광경을 벌써 3년
째 보고 있었지만 볼때마다 정겨움이 느껴지고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러
면서 전도사님과 사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존경심이 커져갔다.
사모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차분한
대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자매들끼리 통할 수 있는 이야기들, 사모님만
이 들려주고 충고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나누어졌다. 주방
은 주방대로 전도사님과 간사님이 설거지를 하면서 뭔가 의논을 하고 계
셨고, 과일을 깎고 커피를 타는 형제들도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
었다.

수진이 맨처음 전도사님을 뵌 것은 2학년이 된 해 4월이었다. 그때의 대
학부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다. 출석하는 학생 수는 늘 40 ~ 50명 수준
에서 왔다갔다 했고 그 중에서 10명 남짓한 숫자는 석달마다 한번씩 그
면면이 바뀌었다. 새로 오는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해서 벌어진 현상이었
다. 재적 인원은 매달 늘어갔지만 매주 출석인원은 그대로였다. 그런 상
태가 몇 년간 지속되자 교회 어른들의 관심도 점점 줄어들었다. 고등부
졸업생들은 대학부로 올라오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김은태 전도사님이
부임해오셨을 때의 대학부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수진은 전도사님을 처음 뵜을 때의 첫인상이 생각이 났다. 곱슬머리에
조금 큰 듯한 머리, 짙은 눈썹, 매부리코에 얹혀진 안경, 그 안경 속에
서 깊숙이 자리한 사잭적인 눈, 하얀 피부, 호리호리한 몸매....그 당시
모이기만 하면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대학부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샜던 대학부 학생들에게는 그런 전도사님의 모습이 왠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가, 모래
알 같고 나약한 대학부를 확 잡아서 이끌어갈 그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전도사님의 설교하시는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 말씀에는 힘
이 있었다. 매주마다 전하시는 그 메시지는 쉬우면서도 놀라웠고, 흔히
부딪치는 주제이면서도 특별했다. 수진은 전도사님의 첫 설교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것은 십계명 중에서도 첫 두 개의 계명에 대한 설교
였다. 본문은 출애굽기 20 장 3절에서 6절까지였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
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
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
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
푸느니라.>

본문을 다 읽고 나자 전도사님은 잠시 앉아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시더니
그 중에서 한 사람을 지적해서 질문하셨다.
<이름이....병준?....그래, 병준 형제, 음....형제, 혹시 사귀는 자매가
있나요?....얼굴을 못 들고 웃는 걸 보니 있는 것 같군요.>
폭소가 터져나왔다.
전도사님은 좌중을 둘러보며 함께 웃고는 말씀을 이으셨다.
<그런데 어느날 병준 형제가 좋아하는 그 자매가 다른 형제와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시내에서 보게 되었어요. 아~ 물론, 만약에 그렇
다는 거지요, 만약에. 그때 병준 형제이 마음이 어떻겠어요?....뭐? 죽
고 싶을 거라고? 누구지요?>
누군가 던진 '죽고 싶어요.'라는 말 때문에 대학부는 다시 웃음바다가 되
었다.
전도사님도 웃으시며 말씀을 계속 이으셨다.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화가 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고 나중에 그 자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나요? '자매, 난 자매가 그 남
자와 데이트 하는 것을 보는 순간 질투가 나서 어쩔 줄 몰랐어'라고 말이
에요. 어때요?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대학부실이 금방 웃음과 수근대는 소리로 가득찼다. 병준 호빠는 얼굴이
상기된 채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전도사님이 계속 말씀하셨다.
<아마 못할 거에요. 자매는 어떤 가요? 자매는 자매가 좋아하는 형제가
그럴때 질투나서 못 살겠다고 그 형제에게 말할 건가요?>
그때 수진은 비록 자신이 지적된 것은 아니었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했었
다.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 자존심이 있지....
전도사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그래요.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또 그 사람을 아무리 놓치
고 싶지 않더라도, 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요. 제3자인 친
구에게라면 모를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만은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왜 그런가요?....그건 바로 자존심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가
요? 자존심 상하게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 비록 속마음이야 질투심 때문
에 타들어가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흥, 자기 아니면 사람이 없나.'하지
않겠어요?>
거기서 전도사님은 말씀을 끊고 조용해진 대학부 학생들의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보더니 다시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니, 우리 하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
고 아무 것도 아쉬울 것이 없으신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우리 때문에, 보
잘 것 없는 피조물인 우리 때문에 질투하신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
도 자존심 때문에 할 수 없는 말을 지금 하나님께서 하고 계십니다. 이것
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실 때에는 자존
심까지도 접으시고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자존심을 접으시는 하나님
의 그 사랑. 자존심 따위는 팽개쳐 버리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
나님. 그런 하나님이셨기에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인간의 모습으로 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분이 바로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제11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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