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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30회 - 위험한데....<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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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간사라는 사람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하자 선후가 먼저 황급히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 미안하지만, 전 이만 바빠서 가봐야 겠습니다. 그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단 위쪽을 보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수진의 모습이 보이
지 않았다.
선후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서둘러서 계
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간사라는 사람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선후는 못 들은체 하며 두, 세 계단씩 뛰어 내려가 버렸다. 그 뛰어내려가는 와
중에 선후의 머리 속에 아까 대학부에 아는 사람을 찾아왔냐는 간사의 질문에
자기가 대답한 것이 떠올랐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그래, 맞아....아는 사람이 없는 거야....그리고 그
건....그녀도 역시 마찬가지겠지?....이렇게 올 이유가 없었는데....나는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왔을까?....하지만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선후가 할 수 있는 것
이 아니었다.




4



캠퍼스는 환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었다. 병찬은 운동장
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두 손을 야무지게 쥐며 아침 모임에
서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병찬이 속한 기독동아리에서는 매일 아침에
기도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 월요일 아침의 기도회 때에는 한 주간의 다짐과 작
은 목표들을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는데, 성경을 얼마나 읽을 것인가, 몇 번 사
영리를 전할 것인가, 기도를 어떻게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것인가, 지체들에게
몇 번 전화를 할 것인가, 등등의 것이었다. 오늘 아침 기도회에서 병찬은 매일
점심시간에 한 사람에게 사영리를 전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발표를 했었다. 그
래서 지금 이렇게 분수대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병찬은 현재 국문학과 2학년이었다. 추웠던 대학입학시험일, 그리고 환호의
합격자 발표, 설레었던 입학의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날들이 어느덧 1
년 전의 일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것 같애. 병찬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접하지 않았던 환경과 문화가 이젠 병찬 자신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캠퍼스, 축제, 강의, 교수, 동아리, 미팅, MT....고등학생
시절 막연하게 동경하던 단어들이 이젠 실제생활이 되었고, 어느덧 많은 부분
이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천천히 대운동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스탠드를 돌면서 삼삼오오 앉아있는
학우들을 살펴보았다. 환한 햇살 속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환해 보였다. 아니 어
쩌면 또 한번 얻은 자유의 기간을 누리기 때문에 환해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
다. 운동장에는 그 자유를 온 몸으로 느끼듯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젊음들이
있었다.

이번만 이기면 4강이었다. 다가오는 축제 마지막날 오후의 결승을 위해서는
꼭 이겨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체육학과였다. 한마디로 선후의 사학과가 대진
운이 없었던 것이다. 선후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온 몸은 땀으로 온통 젖어있
었다. 모두들 땀과 먼지와 모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범벅이었다. 현재 스코
어는 3대 2였다.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5분....
선후는 다시 한번 더 이를 악물었다. 5분만 버티면 된다! 중앙 미드필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선후는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오히려 더 기운이 펄펄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초조해지고 자꾸 시계를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결코 선후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한번 볼 때마다
팽팽해진 신경이 조금씩 늘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외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병찬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구경기에 열중하
고 있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스코어판을 보니 예상밖으로 체육학과가
한 점 리드를 당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체육학과의 파상공세, 뚫릴 듯 뚫릴 듯
하면서도 뚫리지 않는 사학과....모두들 온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사학과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가 재빨리 걷어낸 공이 정확하게 운동
장 한가운데의 빈 공간으로 날아갔고, 약간 뒤에 쳐져있던 사학과의 미드필더
가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총공세를 펴던 사학과는 최종 수비수 3명 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사학과 역시 모두 방어에 치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수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모두들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좌우 스탠드에 한자리
씩 차지하고 있는 두 학과의 응원단의 소리도 일제히 최고점에 이르렀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선후는 직감적으로 그것을 느꼈고 남아있는 마지막 힘을
다 짜내어 뛰었다. 최대한 허리를 숙이고 공만 바라보았다. 왼쪽의 최전방 공격
수 수철도 지금 자신처럼 뛰고 있을 것이다. 공 너머로 상대방 수비수가 뛰어오
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수비수가 태클해 들어오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선
후의 눈에는 그 순간 공이 전부였다.

위험한데....병찬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학과의 공격수와 체육학과의 수비수
가 맞부딪히기 일보직전이었다. 둘다 몸을 아끼지 않고 돌진하고 있었다. 그것
은 찰나였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부딪히는 순간 공이 먼저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 공은 곧바로 체육학과 골대의 왼쪽 공간으로 떨어졌다. 또 사람이 튀어올랐
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곧 땅에 떨어져 내려 다리를 잡고 뒹굴었다. 그 순간 왼쪽
에서 치고 들어가던 사학과의 공격수가 골키퍼를 따돌리고 공을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운동장은 일제히 환호성 속으로 잠겨들었다.

<31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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