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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처음 한 설거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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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두어달 전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다경이에게 핸드폰이 걸려왔습니다.
엄마가 오늘 회식으로 늦는다면서 빨리 오라고 말입니다.
집에 도착했더니 다경이가 뿌듯한 얼굴로 아빠를 맞더군요.
그리고 자기가 설거지를 해놓았다고 자랑을 합니다.
다경이는 올해 8살이지요.
주방에 갔더니 노란색 네모난 플라스틱 의자를 싱크대 앞에 놓고 그 위에 올라
가서 설거지를 한 것 같더군요.
새로 씻어져서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그릇들이 싱크대 한쪽에 포개어져 있었습
니다.
별 생각없이 그것들을 둘러보고는 칭찬받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다경이에게
가서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흐뭇해진 다경이....
그때 문득 어떤 예감이 들었습니다.
다시 주방으로 가서 주의깊게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경이에게 가서 물었지요.

<다경아, 설거지 할 때 뭘로 씻었어? 이걸로 씻었어, 요걸로 씻었어?>

그러자 다경이가 그 중 하나를 가리키며 대답합니다.

<이걸로요....>

푸하하하....
배를 잡고 구르는 아빠와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있는 다경이....
이유인즉슨....
다경이가 주방용 세제인줄 알고 쓴 것이 핸드솝, 그러니까 손씻는 물비누였던
것이었습니다.
주방용 세제는 구석에 놓여있었고, 핸드솝은 바로 수도꼭지 밑에 있었거든요.
아빠는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다경이에게 설거지할 때는 이걸 쓰는 거고, 다경
이가 쓴 것은 손씻을 때 쓰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금새 왕방울만한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리더니 툭하고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제 딴에는 열심히 엄마, 아빠를 돕는다고 설거지를 했는데 그것이 물거품이 된
것이지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안아주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다경이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워하는 다경이의 표정이 사라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
습니다.
그 마음....백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내 딴엔 잘해 보겠다고 한 것이 엉뚱한 결과를 낳았을 때의 경험이 저에게도 이
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의 실망감이란....

그건 그렇고요.
엄마와 아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키도 안닿는 싱크대 앞에 의자를 갖다놓
고 그 위에 올라서 서툴게 설거지를 하고 있는 다경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엄
마, 아빠의 기뻐하는 얼굴을 상상하며 열심히 거품을 내서 씻고 수도를 틀어서
헹구고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흐뭇한 웃음보다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 2002. 3. 12. 다경, 다은이네(71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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