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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38회 - 혹시 선후 너.....<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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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그랬고, 그 친구가 여학생이었다면, 어쩌면 이해가 될 수도 있겠
는데, 그것이 너였고 그 친구는 남학생이었거든....정민아, 오늘 일기예보에 천
지개벽할 거라는 예보 있었냐?>
정민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선후도 옆에서 씨익 웃었다. 수철의 말이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수철이 계속
말했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이 벌어졌단 말인데....야, 사람 궁금해서 미치게 하지 말
고 좋은 말할 때 빨리 실토해라, 응? 너 자꾸 그러면 고문 들어간다.>
선후는 철수와 정민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후 컵에 조금 남은 맥주를 마져 마
셨다. 그리고 마침내 뭔가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수철과 정민의
눈동자가 동시에 선후의 입으로 모아졌다.
<음....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에 우리 다같이 시내에 나갔을 때....>
예상밖의 서두에 수철과 정민의 눈동자가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가 다시 선후
의 입쪽으로 향하며 거의 동시에 말했다.
<근데....>
<지난 주 토요일?>
선후가 다시 컵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수철이 얼른 선후의 컵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하지만 선후는 맥주를 마시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피자집 앞 길에서 전도하러 나왔던 사람들 있었지?>
수철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정민의 얼굴을 보니 정민도 그런
것 같았다. 도무지 선후의 그 다음의 말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연
히 더 궁금해질 수 밖에....수철은 뚫어지게 선후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를 계속
할 것을 재촉했다.
<그때....우리한테 와서 전도했던 여학생이 있었잖아....이름이....>
수철이 얼른 대답했다.
<이름이 수진이였지. 이수진....근데 걔가 왜?>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 없었던 이름이 수철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선후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자신의 마음이 눈치채일 것 같아서 선후
는 얼른 맥주잔을 들어 두어 모금 꿀꺽꿀꺽 삼켰다. 수철이 눈치가 보통이 아닌
데....그런 생각을 하며 선후는 다음 말을 신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수진씨라고 했지? 그때 수진씨랑 수철이 꽤 오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랬지....>
수철의 미심쩍어하는 눈빛....눈치 없기로 유명한 정민의 눈빛도 오늘은 영 예
사롭지가 않았다.
<그때 사실 말은 안했지만 좀 충격을 받았거든....음....그러니까 기독교에 대
해서 내가 너무 모르고 있구나 하는 충격 말이야....>
선후는 수철과 정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어
색하고 이상한데 너희들이야 오죽하겠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툭 터놓고 자
신의 감정을 얘기하는 것 보다야 덜 어색하고 덜 이상할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
가!
피자집 앞에서는 거들떠도 안봤던 어떤 교회 다니는 여학생을, 우연히 그날 밤
에 지하철에서 다시 만나 30분쯤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여학생이 잊혀지지가
않고 자꾸 생각이 나서 그 다음날 교회까지 찾아갔었다. 근데 바보같이 교회 안
을 어슬렁거리다가 겨우 뒤통수만 힐끗 보고 도망치듯 나왔다. 그러던 차에 교
회다니는 것 같은 친구가 다가오길래 문득 생각이 나서 그 여학생이 다니는 교
회 이름을 물었는데, 이게 웬일, 마침 또 그 친구가 다니는 교회가 그 여학생이
다니는 교회가 아닌가! 그래서 다시 찾아오라고 했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한심한 삼류 코미디였다. 선후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래서....기독교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야?>
역시 수철이었다.
<응....>
<....>
수철과 정민이 서로의 얼굴을 보는 눈빛이 꼭 너는 저 말이 믿기냐? 라고 말하
는 것 같았다. 선후는 얼른 덧붙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결국 미우나 고우나 기독교도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
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거더라고. 조선시대 후기의 다산 정약용 같은 분도 천주
교 신자였었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기독교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었잖아.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기독교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객관적으
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그래
서 그날 마침 그 친구가 전도하러 왔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손에 전도할 때
쓰는 조그만 책을 하나 들고 서 있길래....그래서 너희들 눈에는 좀 이상했겠지
만 이렇게 된 거야.>
<흠....>
<....>
수철과 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조금 전까지의 미심쩍어하
는 표정은 아니었다. 선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어쩌다 이렇게 쓸데없는 변명이나 하게 된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왠지 속는듯한 느낌이었다. 정민은 찬찬히 선후를 바라보았
다. 꼭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이야기는 그럴 듯 한데....그렇다고 그 얘
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선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후는 스스로
가 생각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면 남의 눈치 때문에, 지금까지의 태도 때문에 망
설일 타입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는 뭔가 한가지 부족한
게, 설명이 안 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아! 교회 이름! 왜 하필 그 교회 이름을 물어보았을까? 선후의 말대로 그저 기
독교에 대해 알고 싶었다면 어느 특정한 교회를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정
민은 맥주잔을 비우면서 이걸 물어볼까 말까하고 망설였다. 물어보려니 할 얘
기 다했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후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고, 물어보지
않으려니 궁금해서 미치겠고....정민은 수철을 흘끔 보았다. 수철의 표정도 역
시 정민과 같이 복잡한 표정이었다. 수철이 입을 열었다.
<혹시, 선후 너....>

<제39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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