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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설 <우리의 사랑은....> 제39회 - 더 답답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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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선후가 고개를 들어 수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순간 정민의 머리 속으로 뭔가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정민은 그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에 이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도저히 선후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수
철이 짐작하고 있는 것도 정민의 생각과 같은 것이라면 차라리 말을 안 꺼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괜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꺼내서 정말 궁금
한 부분에 대해서 얘기도 못 붙이는 상황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마 선
후는 한번 껄걸 웃고는 입을 굳게 다물 것이다. 수철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야....>
<....>
<근데 그 얘기를 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렇게 뜸을 들였던 거야?>
<그냥....왠지 내가 교회 사람하고 만나서 얘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부터 먼
저 이상했었거든....좀 우습기도 하고....>
그 말에 수철도 정민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맞다, 맞아.>
<그건 그래.>
선후가 또 한잔을 마시고 내미는 잔에 맥주를 다시 채워주며 정민은 생각했
다. 수철이는 선후가 교회 이름을 물었다는 것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가 보
네....하긴, 그런게 전혀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수철이가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
던 나하고의 차이점인지도 모르지....
그 다음부터의 대화는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먼저 화제가 된 것은 당연한 것
이겠지만 오후에 있었던 축구 준결승 경기였다. 비록 선후는 다리를 다쳐 출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뛰어주어서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수철의 무용담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수
철은 한 골을 넣은 데다가 어시스트도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결과는 2
대 1이었었다.
<선후, 네가 있었으면 점수차를 더 벌릴 수 있었는데 말야.>
<맞아, 미드필드에 선후가 없으니까 공수 연결이 영 매끄럽지가 않더라고.>
<어쭈, 정민이 너, 그동안 축구 박사 다 됐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시나. 비록 내가 운동하고는 담을 좀 쌓은 편이지만 그래
도 이론은 신문선이라네.>
<하하하>
<하하하>
세 친구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언제나처럼 수철의 입담과 정민의 썰렁
한 맞장구와 선후의 묵직한 한마디가 어우러졌다. 하지만 한가지는 언제나처
럼 그렇지 않았다. 눈치 빠른 수철 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그 한가지는 오늘따
라 선후가 맥주잔을 비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게 다야, 오빠?>
<응....그냥 그래서 그랬대.>
<....>
<....>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뭐가?>
<아니, 그냥 느낌이....>
<느낌이 뭐?>
<....설명을 듣고 났는데 더 답답해....왜 이럴까?>
<....글세....>
<....>
<하긴 어찌보면 선후답다는 생각도 들고, 또 어찌보면 너무 황당하고....>
<그렇지? 오빠도 그렇지?>
<응....그래도 뭐, 선후는 거짓말 같은 거 할 줄 모르니까 믿어야지 뭐....>
<아니, 내 말은 선후 오빠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좀 그
렇다는 얘기야.>
<....어쨌든 난 선후가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다는게 좀 놀랍긴 하지만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해.>
<왜?>
<....그냥....>
<오빠도 교회 다녔었어?>
<응....우리 엄마가 교회 집사님이셔.>
<그래? 처음 알았네. 근데 왜 요즘은 안 다녀?>
<....내 믿음이 약한 거지 뭐....>
<....>
<....>
<전화 해 줘서 고마웠어, 오빠. 잘 자.>
<응, 너도 잘 자라.>
<....오빠도 자기 전에 기도같은 거 해?>
<기도?....아니....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가끔 하긴 해. 엄마 생각이 날 때면....>
<그렇구나....오빠, 이제 끊을게. 내일 봐.>
<응, 그래.>
뚜뚜뚜뚜....
윤정은 침대 위에 앉은채로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 묻었다. 윤정의 손에선
뚜뚜거리는 수화기가 잠시 대롱거리더니 침대 위로 툭하고 떨어졌지만, 윤정
은 계속 그렇게 앉아서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제40회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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