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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름다운 얼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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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합니다.
주로 책을 읽어며 가지요.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눈이 피곤한 날은 명상도 합니다. 쿨쿨...
그리고 가끔씩 눈을 들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그 얼굴에
그의 성품과 살아 온 세월을 적어서 다닙니다.

  얼굴에 평안이 가득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 평안을 나누어 줄 듯한 사람과
절망과 설움에 북받쳐서
마치 그 얼굴이 눈물바다처럼 보이는 사람......
그리고
아무나 붙들리기만 하면 사로잡아서
와싹 부셔버리고 말겠다는 결의(?)가 번득이는
무시무시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 딱 맞은 편에 앉게되면
그와 시선이 딱 딱 한 번씩 마주치게되면
정말 무섭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이었습니다.
서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바로 제 앞에 앉은 청년이 전화를 받는 듯 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제 옆에 서 있던 여학생이
그 청년의 전화받는 일에 갑자기 끼어 들었습니다.
" 다음역이 석계역이예요......"

  그러자 그 청년은 천사의 메시지라도 들은 듯이
너무도 행복해 하면서 이러는 겁니다.
"여기가 석계역이래.....여기 내려서 어디서 갈아 타?"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그 발음이 영 맘대로 되질 않는 것 같고
전화기를 귀에 바짝 붙이는 것조차 힘이 들고
저 쪽 말도 잘 못 알아듣는 것도 같고........
그는 뇌성마비 환자였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간신히 통화를 끝냈습니다.
그러자 제 옆에 서 있던 그 여학생이
청년에게 고개를 숙여서는
가만가만 속닥속닥 이러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석계역에 내리니까 알려드릴게요."

  생각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안타까운 몸으로
어디로 가야할런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럽디 서러운 얼굴이 되어 앉아 있을 뻔 했던 청년
그에게 한 여학생이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예쁜 손을 내밀었습니다.
"여기예요. 이제 내려야 되거든요......."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습니다.

  청년은 간신히 몸을 가누며 일어났습니다.
총각이라 처녀 앞에서 수줍은지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그러자 놀랍게도 그 여학생은
그와 팔장을 꼭 끼는 것입니다.
다부지게 팔장을 꼭 끼고서 문 앞에 나란히 서서는
차가 멈추기까지 한참동안이나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연인사이라면
그냥 아름답기만 할 그 모습이
그들이 전혀 모르는
방금 처음으로 만난 특별한 사이임을 아는 나의 눈에는
아름다움의 산을 넘어서
아름다움의 강을 지나
아름다움의 우주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오는 것보다
더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차가 멈추어 서자
두 사람은 참으로 다정한 모습으로
천천히 갈아타는 곳을 항해 걸어갔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창에서 사라질 때까지
사라진 후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창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을 한 번씩 그렇게 만나면
몇날이고 몇날이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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